[ 권민경 기자 ]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는 영화 속에서 종종 '탐욕'의 도시로 그려진다.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굴지의 투자 회사들은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거짓말을 늘어놓고, 펀드매니저들은 돈을 신앙처럼 여기는 것으로 묘사된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2013년 '마진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빅쇼트' 역시 비슷하다.
국내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각은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폭락 사태를 겪은 뒤 여의도와 투자 회사에 대한 투자자 시각은 더 차가워졌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신영자산운용의 '착한 투자'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건 바로 이 같은 투자 환경 때문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사장)는 23일 열린 창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 회사, 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펀드 매니저들은 어려운 시기에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타고난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해마다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착한 펀드'를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며 "착한 펀드에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펀드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신영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로, '신영마라톤펀드'와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등을 대표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선보인 지 각각 14년, 13년 지난 이들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460%, 560%에 달한다.
이 대표는 "회사를 대표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에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함께 일해서 투자자에게 수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가 바람직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실제 신영자산운용을 대표하는 허남권 부사장을 비롯해 박인희 본부장(신영밸류고배당펀드), 김대환 본부장(신영마라톤펀드) 등은 모두 11~20년 가까이 이 대표와 동고동락하고 있다.
신영자산운용 펀드매니저의 근속 연수는 6년 이상으로 업계 평균인 4~5년보다 긴 편이다.
이 대표는 "20년 전 회사 창립을 앞두고 미국에서 30여개의 가치투자 회사를 방문했었다"며 "당시 대부분의 회사에서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신영자산운용도 '할배'들이 꾸려가는 회사, 운용 본부장 펀드매니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일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투자자와 함께 50년 이상 가는 펀드를 만들고 장수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0일 첫 투자자 포럼을 개최한다. 회사의 가치투자전략 ?주식시장 전망, 운용성과 보고 등 투자자와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자리에는 허 부사장과 김 본부장, 박 본부장 등이 모두 참석한다. 투자자가 이 포럼을 통해 믿고 소통할 수 있는 착한 펀드매니저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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