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바이오 취업 아닌 '바이오의 삼성' 창업할 인재 기르자"

입력 2016-02-23 14:02
재교육 필요없는 '현장맞춤형 인재' 요구
'바이오 성장세' 반영한 예측모델 나와야



[ 김봉구 기자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 19일 열린 ‘바이오의약품 분야 대토론회’에서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대오각성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 바이오·제약산업 활성화와 이 분야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삼성그룹은 일찌감치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제약 분야를 점찍었다.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시장 규모를 보면 납득이 된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1790억달러였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825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대박’은 국내 바이오·제약의 미래산업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가 됐다.

◆ "재교육 없이 현장투입 가능 인력 필요"

BT(바이오기술) 산업을 뒷받침할 인력은 갖춰져 있을까. 기업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한경닷컴이 23일 한국바이오협회로부터 받은 ‘2015년 바이오산업 인력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71.5%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및 실무경험을 지닌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를 수행한 바이오산업 인적자원개발협의체는 “바이오 인력은 양적 측면보다 질적 측면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생명공학 등 바이오 관련 학과를 앞다퉈 개설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벤처기업이 많은 바이오 분야의 특성상 재교육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총괄본부장(전무)은 “현장적합형 대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교육이 필요 없는 맞춤형 인력을 길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맞춤형 바이오전략학과' 키우는 대학들

대학의 변화도 감지된다. BT 분야를 세분화해 타깃팅한 학과가 나오고 있다. 작년 개설된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BME)학과가 대표적이다. 이 학과 학생은 4년간 학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삼성이 재단으로 있는 성균관대에 바이오 전략학과를 만든 셈이다.

삼성이 장학금과 취업까지 100% 보장한 같은 대학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연상된다. 단 BME학과에는 삼성 취업보장 내용이 빠졌다. 학과 개설에 깊이 관여한 성균관대 교수는 이에 대해 “바이오는 성장 중인 산업이다. 틀이 잡혀있던 반도체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삼성바이오에 취업할 게 틈灸?‘바이오의 삼성’을 창업할 인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도 올해 줄기세포 재생생물학과를 신설했다. 학부 과정에 줄기세포 관련 전공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조쌍구 건국대 교수는 “생명산업이 IT(정보기술)나 제조업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존 생명공학 범위가 넓어 BT 핵심 분야인 줄기세포와 재생생물학으로 특성화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2000년대 초 융합전공인 바이오및뇌공학과 설립을 주도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이광형 교수는 원래 전산학과 소속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엔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IT에서 BT로 미래학문·산업의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 예상했고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바이오 급성장 변수 정밀하게 예측해야

기존 산업 상황과 맞물려 바이오산업이 얼마나 빠르고 크게 성장할지, 인력은 얼마나 늘릴지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는 시점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이 기준이 된다. 고용부는 향후 10년간 공학·의약계열, 특히 기계·금속(7만8000명) 전기·전자(7만3000명) 등 IT와 제조업 인력이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엔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토대로 산업별 부가가치, 산업별 취업자, 직업별 취업? 전공별 취업자 순의 단계를 밟아 반복 예측하는 모델이 사용됐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장은 “현재 산업구조에 과거 수년간 산업의 추세적 변화를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돌려 미래 인력수요를 산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바이오산업의 폭발적 성장 같은 외부 변수는 충분히 반영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서울의 한 주요대학 교수는 “단지 ‘공학 인력이 얼마 부족하다’ 정도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산업수요에 맞춰 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체질개선 시도(프라임사업)가 효과를 내려면 IT·BT 성장세와 미래산업구조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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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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