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2000여개 부품 업체 밀집
DAP 등 1인 기업 몰려
[ 김낙훈 기자 ]
서울 문래동 2가에 있는 1인 기업 DAP(사장 박홍·43). 이 회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어린이 공학교육은 한국의 미래다’는 붓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DAP는 ‘아빠와 피노키오(Daddy & Pinocchio)’에서 따온 상호다. 잠자리형 드론을 비롯해 화성탐사용 차량 모형, 우드탱크 등 학생용 교육자재를 만드는 업체다. 소재는 나무나 천 금속 등이며 실제 움직인다. 로봇의 원리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잠자리형 드론은 바람을 타기 때문에 기존 드론에 비해 에너지가 적게 든다”며 “완성도를 높이면 드론처럼 물품 운반과 촬영 등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구동하려면 기어 모터 컨트롤러 도금 등 수많은 부품과 공정이 필요하다.
1인 기업인 DAP는 어떻게 이 모든 과정을 처리할까. 박 사장은 “그게 바로 문래동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품에 淪?아이디어만 있으면 반경 1㎞ 안에서 모든 공정을 아웃소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터 기어 등 부품도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구로중앙유통상가에서 구할 수 있다. 대학에서 기계설계와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한 박 사장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주말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로봇원리를 교육한다. 그의 꿈은 문래동 신도림동 기업과 협업을 통해 제대로 된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다.
문래동 1가에 있는 에스에스스포츠(사장 김경원·55)도 1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베어링 록’ 방식의 등산용 스틱을 제작하는 업체다. 김경원 사장은 “2013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며 “등산 중 힘을 줘도 밀리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원스틱’이라는 브랜드의 이 스틱은 길이를 조절할 때 마디를 돌려 고정하는 게 아니라 원통에 파인 홈에 베어링이 걸리면서 고정한다. 주재료는 두랄루민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에 특허출원했다. 대학에서 금속재료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2006년 나홀로 회사를 설립하고 등산용 스틱 개발에 나섰다. 김 사장은 “등산용 스틱은 정밀가공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인근에 파이프 홈이나 커플링, 쿠션 등을 가공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이들 공장에서 외주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윤정호 문래소공인특화지원센터 부장은 “문래와 신도림에 있는 약 2000개 소기업 중에는 부품·소재 가공에서 절단 열처리 도금 목형가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업종이 분포돼 있어 1인 제조업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인 기업은 몸집이 가벼워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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