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고위급 협의서 한목소리
정부 당국자도 "지금은 북한 압박 집중할 때"
"사드 배치, UN 제재와 별개"…미국과 시각차
[ 워싱턴=박수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카드를 사실상 접고 ‘강경 압박 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겠다”고 한 발언을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대한 방법론이다. 북한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의 중점을 대화보다 압박에 두기로 했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고위급 협의를 마친 직후 나왔다. 미국도 북핵 문제에 대해 그간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전략을 벗어나 본격적인 개입 정책으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한·미 “대화보다는 압박”
미국 국무부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장관이 17일 북핵 문제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전환을 동시 추진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평화적 방법으로 추진하기 위해 6자회담 관련국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화협정 협상이라는 대화 카드보다는 북한의 핵포기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얘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워싱턴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북한에 대한 UN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제재 결의를 포함해 북한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에 힘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드와 中의 제재 참여 연계 안해”
이 당국자는 북핵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배치 협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양국은 사드 배치 자체에는 이견이 없으나 사드의 ‘지렛대’ 활용 여부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17일 PBS방송에 출연,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를 밟겠다”며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간 협의가 한 예”라고 발언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중국의 UN 안보리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안보리 대북제재안과 사드를 연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UN 안보리 제재와 별개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국무부는 17일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몇 시간 만에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과 UN 안보리 제재안 마련을 놓고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드 반발하는 中·러 설득이 관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가 북한 제재 방안에 대해 “UN 안보리 제재안의 내용을 보고 추후 카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안보리 제재안을 놓고도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반발하고 있어 추가 압박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변국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 때문이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관련국들이 모두 냉정하게 절제하며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국은 그 어떤 뜨거운 논란이 되는 문제도 단순한 제재나 압력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지난 9일 박노벽 주러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방적 제재 형태로 취해지는 특정 국가에 대한 모든 압력은 불법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