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협상 결과 따라 쟁의수위 높여나갈 듯
회사측 "절차상 문제…투표결과 인정 못해"
[ 안혜원 기자 ]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11년 만에 쟁의행위 투표를 가결했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부정적 여론이 만만찮아 실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종사 노조도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투표 결과를 사측 압박용 카드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찬성이 총 1106명으로 과반수를 기록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투표에는 조종사 노조 조합원 917명과 대한항공 조종사새노조 소속 조합원 189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노조 조합원 전체 1080명 중 1065명이 참여해 무려 98.2%의 투표율을 보였다. 새노조 집행부는 파업 찬반투표에 공식적으로 동의하지 않아 일부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새노조 조합원 760명 중에선 189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당장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회사 내 일반 직원들 여론이 부정적이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조종사 노조가 파업하면 피해를 입는 건 공항 등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며 "비난은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승무원이나 발권 창구 및 콜센터 직원들이 받는다"고 말했다.
새노조와의 갈등도 남아있다. 조종사 노조는 이번 투표에서 새노조 집행부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가 새노조와의 사전 논의 절차 없이 투표를 진행한 탓에 새노조의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따라서 조종사 노조는 낮은 수준의 쟁의행위부터 시작해 사측과의 추가협상 결과에 따라 수위를 조절해나가기로 했다. 쟁의행위 세부 실행방법은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전달할 계획.
이규남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쟁의기간 중에도 사측과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동안 회사의 이익을 명분으로 시행되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찬반투표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투표의 공정성과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만약 양측이 추가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도 조종인력의 80%는 유지되는 만큼 가용인원으로 최대한 항공기를 운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7% 임금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내놓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 10년간 임원진 임금은 오른 반면 조종사 임금은 동결됐다고 주장하며 임금 대폭인상을 요구해왔다.
안 煊?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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