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에 기댄 국책은행 증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기업 구조조정 데드라인 정할 것…끌려가지 않고 선제적 조치하겠다"

입력 2016-02-18 18:44
취임 첫 간담회


[ 김일규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18일 “산업은행의 적자는 곧 국민 세금 유출을 뜻하는 만큼 앞으로 수익성을 간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부실로 인한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을 다각화해서 기본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전했다. 국책은행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면 결국 세금을 쓰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신한캐피탈과 신한금융투자 사장 재직 때 회사 순이익을 크게 늘린 경험을 예로 들며 수익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향후 먹거리로는 해외사업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최근 여러 국제적인 금융프로젝트에서 중국이 완승을 거두고 있다”며 “낮은 금리로 물량 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은행도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들과의 협업을 강화해 해외사업 규모?지난해 12억달러(약 1조4700억원)에서 올해 17억달러(약 2조8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시한(데드라인)을 정해 무작정 끌려가지 않겠다”고 했다. 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는지와 기업의 자구노력 수준을 제대로 평가해 상시적,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첨단 선박과 방산 부문 등 경쟁력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지원과 관련해선 “고가의 용선료 인하,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 유예, 회사채 채무조정 등에 대해 현대그룹이 목숨을 걸고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현대 측을 압박했다.

116개에 달하는 비금융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서는 “다음달 중 자회사 매각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원회를 둘 것”이라고 답했다. 산은캐피탈은 1분기 중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은 성격으로 회장에 선임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40년간 금융업무를 해왔다”며 “보은 인사라고 하기엔 산은 회장 자리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