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 '남과 여' 기홍역 맡은 배우 공유
[ 선한결 기자 ]
“영화는 어른들의 사랑을 다룹니다. 직장과 가정을 오가면서도 인간적인 외로움을 느끼고,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당황하고 갈등하는 등 보다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이 주를 이루죠. 30대 후반이 되니 말랑말랑하기보다는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남과 여’(이윤기 감독)에서 주인공 기홍 역을 맡은 배우 공유(37)는 이렇게 말했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온 그는 “이번 영화가 데뷔 이후 첫 멜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에서 기홍은 아내와 딸과 함께 핀란드에서 근무하고 있는 건축가다. 우울증에 걸린 딸을 국제학교 캠프에 보내고 오는 길에 자폐 증세가 있는 아들을 같은 캠프에 보낸 상민(전도연 분)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폭설로 고립돼 상민과 함께 하루를 보낸 기홍은 8개월 뒤 서울로 돌아간 상민을 찾아 나선다. 공유는 “기홍은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에 지쳐 자신의 외로움을 잊고 살던 기홍이 상민에게 인간적인 공감을 하면서 둘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단순히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해 가볍게 뛰어든 20대 초반의 사랑이 아니에요. 우연히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동병상련을 느끼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마음이 통한 거죠. 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영화는 각자 가정이 있는 두 사람의 쉽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따라간다. 공유는 “상황에 맞게 감정을 절제해 표현하는 것이 가장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기홍이 가족과 차를 타고 가다가 상민이 탄 택시를 보게 되는 장면을 연기할 때 정말 어려웠습니다. 기홍으로선 감정이 훅 올라오지만 옆에는 아내가, 뒷좌석에는 딸이 타고 있어 상민을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감정의 폭은 커다란데 드러낼 수 없는 거죠. 연기를 하면서도 울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어려운 연기를 할 땐 연기 선배인 전도연의 도움을 받았다. “전씨의 현실적인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고 했다. “스스로 섬세한 연기를 한다고 나름대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까지 채워 나가는 전씨의 연기를 보며 ‘내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이 배우고 반성했습니다. 괜히 ‘칸의 여왕’이 아니더군요.”
그는 “앞으로 정형화된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다른 장르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저를 20대의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각관계에서 헤매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저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여요. 나이를 먹으면서 외로움이나 연애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게 됐으니까요. 40대가 되면 또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요. 나이에 맞는 남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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