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시장, 중앙은행 조치에 대해 '신뢰 안해"
"韓, 통화보다 재정정책 필요…6월께 추경"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 혼란에 대처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해 시장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앙은행의 잇따른 통화(금리)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이들이 시장 구원투수가 아닌 혼란의 진원지라는 지적이다.
유럽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 호텔에서 '흔들리는 세계 경제'를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중앙은행의 여러 조치에 대한 시장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칼라 마커슨 경제 리서치 부문 대표는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며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 약세(엔저)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사상 첫 마이너스 기준 금리(-0.1%)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후 일본 증시는 폭락했고 엔화는 오히려 강세(엔고) 역풍을 맞았다.
마커슨 대표는 이어 "스웨덴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며 "중국 중앙은행 역시 증시 폭락, 위안화 이슈 등이 불거졌을 때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 불신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레버리지(부채)를 계속 늘리던 것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더 이상 부채를 떠안을 여력이 있는 국가가 없는만큼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효과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역시 미국 CNN머니 TV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무능'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금융 종말(아마겟돈)이 가까워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저스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부질없다"며 "중앙은행이 개입하기보다는 시장 흐름대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오석태 한국SG(소시에테 제네랄) 증권 본부장은 "한국에서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는 성급하게 할 일이 아니다"며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유효성 논란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은행은 2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5% 수준에서 동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금리 조정의 기대 효과가 ?피舊?않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현 상황은 중앙은행을 통한 통화정책보다는 '추경'(추가경정예산)과 같은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올해 6~7월께 추경에 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커슨 대표는 이날 또 "올해 안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세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본다"며 "시기는 6월, 9월, 12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글로벌 금융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금리 인상 횟수 자체보다는 추세적으로 '인상'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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