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실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신한 우리 등 6개 은행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고 한다. 2012년 1~7월 통화안정증권 등의 금리가 하락했지만 CD 금리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대출이자를 더 받기 위해 CD 금리를 조작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담합으로 최종 판정될 경우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조사가 시작된 지 3년7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에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논란거리로 등장한 것은 행정지도다. 은행들은 “CD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포괄적인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행정지도는 담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공정위다. 어떤 형태로든 행정지도가 있었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은행은 없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금리에 대해 직접 행정지도를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정말 구역질 나는 변명이다. 금융당국이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는 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CD 금리 담합 의혹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돼온 사안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보다 더 무서운, 보이지 않는 규제라는 행정지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행정지도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담합 건마다 단골 메뉴다. 그것도 보험, 신용카드, 통신, 소주, 서점, 빵집, 라면, 시멘트, 건설, 정유 등 거의 전 업종을 망라한다. 인허가 등의 규제가 널린 데다 툭하면 가격 통제까지하는 한국에서 사업자가 행정지도를 거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공정위는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과징금 폭탄’을 때리니 사업자는 동네북이다.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 혐의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려야 할 처벌 대상은 은행이 아니라 금융당국이다. 피해를 본 금융 소비자에 대한 보상 또한 금융당국이 책임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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