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개척
효성, 베트남에 지속 투자…2015년 사상 최대 영업익 달성
선택과 집중
OCI머티리얼즈 '반도체용 가스', 세아베스틸 '특수강' 생산 집중
경기 침체에도 실적 선방
[ 도병욱 기자 ] 조선 철강 기계 건설 석유화학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지난해 고전했다. 세계 1~3위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나란히 조(兆)단위 적자를 낼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그런 건 아니었다. 효성과 OCI머티리얼즈, 세아베스틸은 달랐다. 이들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투자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멀리 내다보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것이 어려울 때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5년, 10년 뒤를 내다본 기업들
효성은 지난해 95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상 최대다. 일등 공신은 해외 사업장이다. 34개 해외사업장은 지난해 모두 39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41%에 이른다. 베트남법인은 회사 영업이익의 20%인 18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효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베트남 투자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언젠가는 중국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빠르게 증가해 회사에 부담이 될 것이므로 베트남을 글로벌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효성은 베트남에 9억9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베트남 공장은 상업생산 2년차인 2009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7년 연속 흑자를 냈다.
베트남 공장뿐만 아니다. 효성의 해외사업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뿌리를 내렸다. 진출 초기 몇 년은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자했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뒤를 내다본 해외 투자가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8조5687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전년보다 10.2% 늘었다. 2011년 이후 최대다. 중동지역 플랜트 발주량이 반토막났음에도 수주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2009년 베트남 생산공장을 준공하는 등 몇 년째 새 시장을 개척해 중동 의존도를 낮춘 결과”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26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 우물만 뚝심 있게 판 기업들
OCI머티리얼즈는 산업용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삼불화질소가 주요 제품이다. 2001년 제1공장을 준공해 연 300t을 생산하면서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산업용 특수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OCI머티리얼즈는 이후 꾸준하게 산업용 특수가스 관련 투자를 이어왔다. 삼불화질소 생산량은 연 7600만t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세계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2011~2013년 세계 산업용 특수가스 시장이 공급과잉 및 전방산업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지만 OCI머티리얼즈는 투자를 지속했다. 2011년에는 제5공장을, 2013년에는 중국 제3공장을 준공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꾸준하게 늘고 여기에 필요한 산업용 가스 규모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영업이익도 2014년 263억원에서 지난해 1128억원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17억원에서 3380억원으로 늘었다. OCI머티리얼즈는 16일 사명을 SK머티리얼즈로 변경한다.
지난해 2011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낸 세아베스틸은 자동차부품용 탄소강 및 합금강 등 특수강에만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다. 1982년 특수강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은 48%에 달했다. 다른 철강사들이 열연강판 및 냉연강판 등 일반강에 주력할 때 세아베스틸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특수강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이런 전략은 철강 공급과잉 시대에 빛을 발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사의 영업이익은 작년 감소한 반면 세아베스틸의 영업이익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강 판매량은 철강산업 부진과 무관하게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세아베스틸이 다른 철강사와 다른 길을 걸은 것이 업황 부진에도 선방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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