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라는 말은 김정은에게 해야

입력 2016-02-15 17:38
벼랑 끝으로 치닫는 북한의 핵(核)모험주의와 그에 대응한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반응이 선을 넘어서고 있다. 속 보이는 ‘북풍(北風)’ 논쟁부터가 그렇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SNS 언급도 마찬가지다.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는 그의 문제제기는 40일 전 북이 수폭실험을 했을 때, 아니면 최소한 설 명절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김정은 집단을 향해 먼저 했어야 했다.

‘개성공단 중단’은 4차례에 걸쳐 점점 고도화된 북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일 뿐이다. 공단 중단이 남북관계의 경색 원인인 게 아니라 북핵이 그 원인이다. 결과를 원인으로 둔갑시켜 북핵 대응을 북풍이라는 정치 구호로 결부시키겠다면 유권자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서는 여러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찬성이 많다. 찬반논란이 없지 않았던 사드 배치도 압도적인 지지세다. 뻔한 북풍론에 깔린 안보 무감각도, 얄팍한 당파적 계산도 경계할 때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막연한 공방 역시 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 정치적 타산의 위험성은 여당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북한이 변한다면,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도 곤란하다. 모처럼 정상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정부 스스로가 국민적 의지를 나약하게 하는 이런 기회주의적 논리는 북풍 논쟁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뿐이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계기로 최소한 개성공단 문제만큼은 더 이상 정쟁거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대통령도 북핵에 대한 국론을 결집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같은 막연한 이상론이나 통일대박론 같은 ‘구호’에서 단호하게 벗어나 엄존하는 핵위협의 실체와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더 상세히 밝혀야 한다. 개성공단으로 흘러간 자금이 노동당이나 핵실험에 들어간 증거자료도 당연히 내놓을 때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실상을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핵무기에 미사일에 사이버 공격까지 확산되는 도발을 놓고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다. ‘국민의 안전’이라는 대통령 책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