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노량진·가락 신시장] "매장 좁은데 임차료는 비싸" vs "목좋았던 점포들, 이전 거부 주도"

입력 2016-02-14 19:50
상인 "매장 면적 절반 줄고 임대료는 두 배 수준 올라"
수협 "기존 면적과 같아…임대료 상인들과 합의"

상인 "대형트럭 U턴 못해 새 시장 물류 혼잡 우려"
공사 "혼잡 가능성 없어…연결 통로 추가로 확보"


[ 강경민/권서현·김진연 인턴 기자 ]
지난 12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생선회와 대게 등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은 ‘생존권 쟁취’ ‘단결 투쟁’이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바닥에 물이 잔뜩 고인 시장 통로를 지나니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과 달리 이곳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새벽 장사를 마친 상인들이 남은 과일과 채소를 쌓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길목 곳곳엔 ‘현대화사업 전면 재검토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송파대로변과 인접한 시장 한쪽으로 새로 지은 가락몰이 눈에 들어왔다. 회센터와 주방용품 중 일부 가게가 영업하고 있었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다.

2241억원을 투입한 노량진시장과 2806억원을 들인 가락시장의 현대식 몰이 상인들의 이전 반대로 텅 비어 있다. 일부 강경파 상인들이 이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찬성하는 다수 상인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첨예하게 맞선 상인과 수협·공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신축 건물의 점포당 면적이 현 시장에 비해 너무 좁고 임대료가 높다는 점이다. 이승기 상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판매장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고, 임차료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협 측은 신축 건물의 점포당 면적은 기존 시장과 같은 5㎡라고 반박했다. 수협 관계자는 “상인들이 보행자용 통로와 계단 등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하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 새 건물 2층에 지금보다 면적이 넓은 판매장을 조성하려 했으나 상인들의 요구로 1층에 판매장을 들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현대화사업에 수협이 자체 투입한 자금의 금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새 시장 임대료는 최고가 매장(A등급)을 기준으로 현재 월 50만원에서 71만원 정도로 오른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인들과 이미 합의한 데다 국내 최고 상권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수협의 설명이다.


가락시장 상인들이 내세우는 이전 반대 이유는 물류 혼잡이다. 새 건물 지하 1층에 들어서는 청과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하 1층 상가 구조상 농산물을 실어나를 대형 트럭의 U턴이 어려워 물류 혼잡이 빚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전문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 물류 혼잡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일부 상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상 도매권역과 지하 1층을 연결하는 통로를 추가로 확보하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전 놓고 상인 간 갈등도

두 시장은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과 희망하는 상인으로 나뉘면서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아직까지 새 시장으로 이전한 점포는 없다. 다만 전체 상인 680명 중 현 시장 A등급 점포를 제외한 60% 이상의 상인들이 조만간 임대차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게 수협의 주장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점포는 A, B, C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A등급 점포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현 시장의 메인 통로에 있는 점포들이다. B, C 등급은 메인 통로 뒤편에 있는 상가가 대부분이다. A등급 점포 임대료는 C등급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

점포 이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시장에서 젓갈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포 주인은 “이전을 반대하는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상인 대부분이 자리가 좋은 A등급 상인들”이라며 “현대화된 시설로 빨리 이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은 새 시장의 점포 배정 등이 어느 정?이뤄진 상태였으나 상인회 집행부가 반발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14일 기준으로 이전 대상 점포 1106개 중 64.5%인 713곳이 배정됐다. 수·축산 직판 및 편의시설 445곳은 배정이 끝났다. 청과 직판점포는 전체 661곳 중 40.5%인 268개가 배정돼 상황이 더딘 편이다.

상인회 집행부가 이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공사 측과 맺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청과 상인들의 새 시장 이전 거부 움직임이 시작된 건 지난해 초부터다. 당시 공사 측과 시장 이전에 합의했던 조합장이 탄핵된 뒤 새로 취임한 조합장이 이전 합의를 뒤집었다. 현 조합장을 포함한 집행부 간부 11명이 이전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임대차 권리를 놓고 공사 측과 소송을 벌였으나 1월 초 열린 1심에서 패소했다.

강경민 기자/권서현(서울대 4년)·김진연(고려대 4년) 인턴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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