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한국 기상청 정보 빼내 '미사일 도발' 날짜 결정했다"

입력 2016-02-14 19:22
기상청 보안시스템 강화에도 기상관측자료 빼가
날씨예보 활용해 광명성호 발사 날짜 앞당긴 듯


[ 강경민 기자 ]
북한이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상청의 기상정보시스템 등에 접속해 빼낸 정보를 토대로 미사일 발사 날짜를 결정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도 한국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활용했다는 것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 기상청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이용해 미사일 발사 날짜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번 광명성호 발사도 기상청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9년 북한이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은하 2호 로켓을 발사할 당시 기상청 기상정보시스템에 불특정 IP가 대량 접속한 사실이 적발됐다”며 “국가정보원의 IP 추적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당초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에 장타?로켓 발사 예정 기간을 이달 8~25일로 통보했으나 지난 6일 갑자기 7~14일로 앞당긴다고 수정 통보했다. 이어 다음날인 지난 7일 오전 미사일을 발사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7일 오전엔 중국 상하이 부근에 있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날씨가 맑았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미사일 발사에는 최적의 날씨였다”고 말했다.

한국 기상청이 방재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예보를 북한이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과 북한을 비롯해 전 세계 191개 회원국이 속한 세계기상기구는 기상 관측자료를 세계기상통신망(GTS)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환하고 있다. 북한도 실시간 기상 관측 자료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자료를 토대로 슈퍼컴퓨터와 숙련된 예보관 등을 통해 예보를 생산하는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2009년 북한이 기상청 기상정보시스템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국정원은 기상청이 제공하는 구체적인 기상정보를 극소수 인원만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홈페이지에는 기본적인 정보만 올려놓는 대신 일부 인원만 접속할 수 있는 별도 방재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도 북한이 공공연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 8일 기준으로 1주일을 전후해 방재기상정보시스템 접속 IP를 분석한 결과 해킹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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