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개성공단 유입 자금 70% '39호실' 상납…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썼다"

입력 2016-02-14 19:13
홍용표 통일장관 첫 공식 확인

근로자들엔 생필품 교환용 '물표' 형태로 일부만 지급

정부, 전용 가능성 알았지만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안 해
안보리 결의안 위반 논란도


[ 김대훈 기자 ] 홍용표 통일부 장관(사진)은 14일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 중 70%가 노동당 서기실에 상납됐고, 당 서기실은 이 자금을 핵·미사일 개발 등에 썼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에서 당·정·군이 외화를 벌어들이면 당 서기실 또는 39호실로 상납되고 이런 돈을 핵·미사일 개발이나 치적 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근로자에 대한 임금과 법인세 등을 미국 달러 현금으로 북한에 지급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개성공단 임금 등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으로 전용된 경로와 규모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의 WMD 전용’에 대한 구체적 자료는 정보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홍 장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앞으로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단을) 내버려두면 안보는 악화하고, 국민은 불안해져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 장관이 북한 WMD 개발에 쓰인 개성공단 자금의 대략적인 경로와 규모를 밝힌 것은 ‘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불가피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통일부 관계자는 말했다. 홍 장관은 다른 외화벌이 대금과 마찬가지로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에 상납된 달러도 노동당 서기국과 39호실로 들어갔고, 이는 핵·미사일 개발 및 치적 사업을 벌이고 사치품을 사들이는 데 사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우리 기업이 지급한 ‘달러화’를 전액 직접 받는 대신 북한 당국을 통해 북한돈과 생필품 구입을 위한 ‘물표’(교환권) 형태로 일부만 받고 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밝혔다.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WMD 개발에 직접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돈은 개성공단을 통한 유입 자금 총액 6160억원의 70%인 4312억원가량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두 번 벌일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앞서 정보당국은 2012년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개발 비용을 3억달러(약 3624억원)로 평가했다. 김정일은 2000년 한국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로켓 한 발에 2억~3억달러(2416억~3624억원)가 들어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의 WMD 전용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공단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선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94호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094호는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우려가 있는 ‘대량 현금(벌크캐시)’의 북한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WMD 개발에 전용된다는 사실을 파악한 즉시 공단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그런 우려가 있던 게 사실이지만 개성공단의 의미와 효과가 있었기에 국제사회도 개성공단을 인정했고, (북한의) 여러 차례 핵실험 과정에서도 운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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