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조정 여부 등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글로벌 불황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 등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부진이 심화된 수출, 국고채 금리하락 추세,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 등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내놓은 부양정책의 효과가 소멸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지난 3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5%→3.5%) 6개월 연장 등을 담은 '미니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한은이 지원사격에 나서주길 바라는 뜻을 에둘러 표명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선택할 여지를 넓혀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가속화 우려 등으로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긍정적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결정을 섣불리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이 애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엔화 강세를 초래하는 등 통화정책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도 이미 2014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낮춰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5%까지 떨어뜨렸지만 경기부진은 장기화하고 있다.
환율 요인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줄고 있다. 세계 각국이 환율 전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오는 1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이내 다시 올려야만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요즘처럼 불안감과 공포가 지배하는 분위기의 금융시장에선 금리보다는 안전을 좇아 돈이 움직이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준금리 조정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담당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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