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역학조사 실시
다나의원 이어 감염 또 확인
주사시술 받은 환자 무더기 감염
제천 동네의원서도 재사용 정황
수만명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돼
보건당국 늑장대응 논란
원주 C형간염 신고 받고도 묵살
제천선 사실 확인후 시정명령만
[ 고은이 기자 ]
강원 원주시의 한 정형외과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 100여명이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제천시의 한 의원도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수만명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1~2014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은 927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조회한 결과 이 중 115명이 C형 간염에 걸렸거나 걸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발표했다. 115명 중 101명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률이 11%로 국내 평균 C형 간염 감염률(0.7%)보다 훨씬 높다.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이 PRP 과정에서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무더기 감염이 발생했을 것으로 린?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PRP는 환자의 혈소판을 인대나 상처 부위에 주입하는 주사치료법이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자신이 C형 간염에 걸렸는지조차 모르는 사람까지 합치면 환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 병원에서 PRP를 한 환자는 물론 다른 주사·봉합치료를 받은 환자 1만4000여명을 모두 찾아내 감염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또 31년간 피부과와 비뇨기과 진료를 해온 제천 양의원도 1회용 주사기를 여러 환자에게 돌려썼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이 의원에서 두드러기 주사 등 주사치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에만 399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11월 80여명의 C형 간염 감염자를 발생시킨 서울 신정동 다나의원보다도 전체 감염자가 훨씬 많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록이 남아있는 최근 10년간 내원 환자만 검사하더라도 대상자는 수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일상생활에서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늦어지면 간암이나 만성간경변 등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양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C형 간염에 걸렸다는 신고가 지난해 4월 이후 14건이나 접수됐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또 다른 신고자가 나타난 지난해 11월에야 본격적인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해당 의원이 PRP에 쓴 장비를 처분하고 의원을 폐업한 뒤였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당시 환자들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었고, 의원 원장이 자료 제공에 소극적이어서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천 양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건당국이 내린 행정처분도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이 전부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에서는 단순 시정명령이나 최대 1개월 면허정지 처분밖에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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