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우주개발 예산
"정권 이벤트" 야당 거센 반대
"이럴거면 차라리 개발 포기"
[ 김태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2020년까지 달을 탐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관련 계획을 세웠지만 정부 출범 4년째인 2016년에야 첫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2015년 예산으로 410억원을 처음 요구했으나 국회에서 전액 삭감당했다. 야당이 정권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위한 예산이라며 거세게 반대한 탓이었다. 2016년에도 예산 400억원을 신청했으나 200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100억원까지 줄었던 것을 과학자들이 마지막까지 국회를 설득해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해 예산을 늘린 결과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2018년까지 1단계 사업에만 197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확보한 예산은 10%에 불과하다.
우주 개발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은 달탐사뿐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1단 로켓을 사용한 나로호 발사가 1, 2차에서 연거푸 실패하자 정부는 2010년 독자 기술로 로켓을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로켓 엔진을 개발하려면 초기 시험설비 등을 짓는 등 상당한 돈이 필요했지만 2013년까지 계획 대비 예산 집행률은 50%에 불과했다. 국회가 나로호 실패에 대한 징벌 차원에서 한국형 발사체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예산을 줄일 거면 차라리 로켓 개발을 안 하는 게 낫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우주 기술은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에 사용된 전력 제어기술은 가정용 에어컨에 활용되고 있다. 기계, 전자,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산업이다. 게다가 로켓은 국방 차원에서도 전략 기술로서의 가치가 크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번번이 정권 이벤트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오락가락하는 우주 정책 탓에 한국과 최고 기술국인 미국 간 항공우주산업 기술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08년 7.4년이던 기술 격차가 2014년 9.3년으로 확대됐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우주개발기구를 총리 산하에 두고 가장 먼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며 “우주개발을 수많은 일반 연구개발(R&D) 중 하나로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혁신적인 우주개발 역량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