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반려동물 공공 화장장 필요할까요

입력 2016-02-12 16:31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화의 진행으로 묻어줄 장소는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반면 반려동물의 숫자는 급증하고 있어 사체 처리 문제 자체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자 반려동물 전용 장묘시설을 추진하겠다는 지자체가 등장했다. 창원시설공단이 공공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장묘시설 조성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공단은 각계 의견 수렴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람을 위한 장묘시설도 모자라는 판에 무슨 동물 장묘시설까지 설치하느냐는 것이다. 반려동물 장묘시설 추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수십만 마리 사체 처리 그대로 방치해선 안돼”

창원시설공단측은 국내 반려동물 사육 인구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죽은 반려동물의 불법 매립과 투기 등 무분별한 사체 처리로 병원균 등 각종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장묘시설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죽으면 폐기물소각법에 따라 소?처리되고 있지만 일반가정에서 발생되는 동물 사체는 일반폐기물 처리법에 따라 생활쓰레기 봉투에 담아 폐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잡힌 것만 하더라도 해마다 13만 마리가 넘는 반려견이 사망하고 다른 동물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창원시설공단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공공처리시스템을 구축해 환경과 위생문제 해결은 물론 동물의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중인 동물 장묘업체는 경기도를 포함 수도권 13곳, 부산권 1곳 등 모두 14곳이 되지만 모두 민간시설이다. 따라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공공기관이 나서야 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공단이 시설을 운영할 경우 민간시설보다 저렴한 사용료를 책정하고 창원시에 등록된 반려동물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추가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반려동물 장묘시설 입지로 화장로 노후로 인해 지난해 1월부터 가동중단 상태에 있는 진해화장장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화장로 2기를 설치하고 부대시설을 리모델링할 경우 10억 원 이내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반대 “사람위한 장묘시설도 부족한 판에 아직은 어불성설”

반대하는 측은 사람들을 위한 장묘시설도 턱 없이 부족해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동물전용 화장장을, 그것도 공공기관이 나서서 만들겠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국민복지가 많이 향상됐다고 해도 아직까지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마당에 세금을 동원해 공공기관에서 동물 화장장을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예산 문제를 떠나서도 화장장과 같은 기피시설은 사람을 위한 것도 마땅한 장소 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동물 전용은 너무 앞서간 생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충남 금산의 한 납골당 추모공원내에 반려동물 화장장을 도입하려했을 때 주민들이 반대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이 동물 화장장 건립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납골당 업체가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당시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사람 납골당에 동물 화장장이 웬 말이냐?”며 “깻잎 산지로 유명한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청정 이미지 훼손으로 지역 농산물 판매에 악영향을 초래해 깻잎 재배 농민을 비롯해 우리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농민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강력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 주민은 “아무리 애완동물이라지만 사람과 동물 봉안당이 함께 있는 것은 유교적인 장례문화를 비추어볼 때 우리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청정지역 금산이 전국 공동묘지인 줄 아느냐?”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납골당에 부모님을 모신 한 유족은 “동물 사체와 부모님 유골이 같은 장소에 안치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 생각하기 “최소 비용, 최소 면적으로 공공시설 검토해볼 때”

반려동물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1인 가족이 늘면서 불가피한 현실이다. 죽는 동물의 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기 동물의 숫자 역시 급증추세다. 언젠가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사체 처리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에 대한 합의가 남았을 뿐이다. 가뜩이나 국토가 좁고 묘지를 쓸 장소가 턱 없이 부족한 마당에 사람과 비슷한 시설은 물론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저렴한 비용에 화장을 하고 반려동물을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장소를 공공기관이 만드는 방안도 이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가 됐다고 본다. 사실 꼭 넒은 부지가 아니어도 반려동물의 분골 정도를 중복해 묻을 수 있는 장소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방법을 강구한다면 큰 반발을 부르거나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단순한 반감 때문에 쏟아지는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를 더 이상 그냥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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