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보류…남북 경협사업 완전히 끊기나

입력 2016-02-11 17:47
정부, 복합물류사업 중단 방침
두만강 개발도 물 건너갈 듯
"북한에 현금 들어갈 사업 중단"

동북아개발은행 설립도 '캄캄'


[ 최승욱 / 이승우 기자 ]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강경 대북 독자제재 여파로 그간 정부가 제3국과 다자기구 협력 등을 통해 추진해온 남북 경협사업이 잇따라 전면 중단되거나 보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당분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힘들어졌다”며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자금을 막기 위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마당에 북한에 현금이 들어갈 사업을 시도할 명분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환적, 한국 항구에서 하역하는 복합물류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러시아 측과 진행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중단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이 사업이 실행되면 북한에 나진항 사용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등을 통해 세계 최대 단일 대륙인 유라시아 역?국가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도 당분간 수면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간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러 공동 협력사업이라는 점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의 예외로 여겨졌다. 정부는 2013년 11월13일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가 합작사업으로 추진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등 우리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와 북한이 2008년 7 대 3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한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절반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간 세 차례에 걸친 시범 운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예정됐던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의 국제기구 승격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GTI는 동북아시아의 경제 개발과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로 UN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역 협력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다음달 서울에서 GTI 총회를 열고 국제기구 승격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이 관계자는 “국제기구로 승격시키려면 중국 러시아 등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GTI를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개발 프로그램과 연계할 계획이었다. GTI를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국제기구로 발전시켜 동북아 개발과 통일 재원 마련의 지렛대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박 대통령이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제안한 동북아개발은행(NEADB) 설립 추진도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NEADB는 북한과 중국의 동북 3성·연해주 등 동북아 지역에 특화한 개발기구다.

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NEADB를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대북 지원 기구로 만들 계획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추진은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승욱 선임기자/이승우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