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개 입주기업 즉시 가동 중단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줄 차단
과거와 차원 다른 제재로 실효성 높여
[ 전예진 기자 ]
정부가 막대한 투자 손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흘러 들어가는 자금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10일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정 대변인은 “북한이 매년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WMD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고통 받는 주민들의 삶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태가 반복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6160억원 유입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작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1320억원, 지금까지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작년 1~11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생산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5억1549만 玭?약 6187억원)로 2004년 공단 가동 이래 연간 생산액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은 연간 1억달러(약 1200억원) 수준으로 통일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작년 기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는 약 5만4000명, 1인당 월평균 임금은 160달러를 넘는다. 북한이 작년 8월 근로자의 최저임금 5% 인상을 요구하면서 근로자 임금총액은 8~10% 인상됐다. 북한의 포격 도발 등에도 개성공단은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 러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지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연간 2억~3억달러의 외화를 송금하고 있지만 개성공단만큼 근무 환경이 좋고 안정적으로 외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을 그대로 두고 대북 제재를 논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한국이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도 작용했다. 홍 장관은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 지원단 구성
정부는 유관 기관과 합동으로 범(汎)정부 지원단을 구성해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일부는 “기업의 피해 보상을 위해 국무조정실장 주관의 정부합동대책반을 운영하고 실질적 피해 보상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경협보험금 지급, 협력기금 특별대출 지급 등 재정적 지원과 함께 희망하는 기업에 산업고용분야 지원방안 등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 △남북협력기금(기존 대출원리금 상환유예, 특별대출, 경협보험금 지급) △금융·세제 지원(기업경영을 위한 운전자금, 정책금융공사 온렌딩, 부가가치세 납기 연장) 등을 활용했다. 통일부는 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추가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2013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시 관련 업계가 추산한 업체 피해 규모는 2조원, 정부가 추산한 수치는 1조원으로 차이가 컸다. 개성공단(330만㎡) 내 입주기업 등 민간과 정부가 투자한 총 자산 규모는 1조190억원이다. 이 가운데 입주기업 시설·설비 투자가 5568억원, 정부와 공공부문의 기반·부대시설 투자가 3927억원이다. 고정 설비자산 외에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 불가에 따른 피해와 매출 손실 및 거래 중단, 협력업체의 2차 피해도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업체들은 보고 있다.
홍 장관은 “지금은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