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통화할 때 "개성공단 중단" 알린 듯
중·일·러에도 사전 통보
[ 최승욱 기자 ]
통일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기 전날인 9일 박근혜 대통령(얼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잇따라 통화하고 대북제재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3국 정상은 UN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제재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공조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는 별도로 3국 정상은 한·미, 한·일, 한·미·일 간에 강력하고 새로운 대북 압박 수단을 강구해 핵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독재체제를 유지하려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야욕을 분쇄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0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데 이어 오전 11시50분에는 아베 총리의 전화를 받았다. 3국 정상은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깊이 있는 협의를 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까지 강행한 북한에 실질적인 징벌을 가한다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중단 방침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리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대북제재에 나서야만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경제건설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국제적으로 단합된 의지 하에 필요한 구체적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이은 다른 제재 수단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UN 안보리 차원에서의 제재와는 별도로 일본 정부가 독자 제재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일본이 자체 제재 방안을 내놓기 전에 한국이 먼저 ‘북한 혼내기’에 들어가면서 미국과 일본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감싸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도 압박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9일 국가정보원 3차장에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차장,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최종일 주레바논 대사를 내정한 것도 북한의 사이버테러 등 추가 도발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