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 둘러싼 법적 공방 본격화

입력 2016-02-09 20:08
건물주, 임대료 대폭 인상

임차인, 손해배상 소송 맞대응


[ 조성근 기자 ] 대구 중구 종로1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권리금을 지키기 위해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는 이 식당을 임차하면서 이전 임차인에게 권리금 5000만원을 줬다. 장사하는 터전을 옮기기로 한 A씨는 임대차 기간 만료를 앞두고 어렵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건물주를 찾았다.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 850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임대료를 기존보다 두 배나 올리겠다고 나왔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원이었다. 이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으로 대폭 올린 것이다. 새 임차인은 계약을 포기했다. A씨는 가만 앉아 있다가는 권리금을 모두 날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상가 권리금을 둘러싼 건물주와 임차인 간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건물주가 권리금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권리금 소송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많은 소송의 유형은 건물주가 임대 보증금과 월세를 대폭 올려 신규 임차인이 계약을 포기하도록 하는 경우다. 이 경우 쟁점은 건물주가 제시한 임대료가 ‘현저한 고액’이냐의 여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법은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저한 수준이 구체적으로 몇 %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소송을 통해 현저한지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고, 사안에 따라 판결이 제각각으로 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이나 신규 임차인이 운영하려는 업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약을 거부하는 유형도 나오고 있다. 서울 잠실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작년 말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계약기간 종료를 앞두고 1억원의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 뒤 건물주를 찾아갔지만 건물주가 “새 임차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약을 거부했다.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변호사는 “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건물주가 막무가내로 나오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권리금 회수에 방해를 받았다고 상담을 신청하는 임차인은 많지만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실제 소송까지 가는 임차인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중개업소 등 명확한 제3자를 통해서 새 임차인을 구하고 또 그 새 임차인과 권리금 수수에 대한 계약서까지 작성해 둬야 명확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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