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거리 미사일 도발]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동북아 신냉전 휘말리나

입력 2016-02-09 17:48
격랑치는 한반도 안보 정세

미국 "사드 조속한 배치 희망"…일본 찬성
중국 반발…러시아도 대북 강경제재 반대


[ 전예진 기자 ]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지 한 달 만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동북아 안보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주한미군에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일본과 군사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 통화, 중국 압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군 시설이나 미국인들에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막기 위해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에 관해 한국과 최초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간 미사일 방어(MD) 체계 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일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4호의 사거리 능력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1만200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 의지를 보이면서 사드 배치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는 우방인 한국과 역내 다른 우방에 안전 장치를 추가하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며칠 안에 공식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지지 뜻을 밝혔다. 한국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바마 대통령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쇄 통화를 한 것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배치, 중국의 자업자득”

사드 배치 논의가 공식화되자 중국과 러시아는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일 한국 등을 향해 “이 문제(사드 배치)를 신중하게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차관은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과 리후이(李輝) 주러 중국대사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관련국들이 역내의 추가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추진되는 배경으로 중국을 꼽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중국의 북한 역효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은 중국의 반대 때문에 사드 배치를 머뭇거렸는데 북한의 도발이 사드 논의에 불을 붙였다”며 “사드 배치는 중국의 북한 편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는 강한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기대하는 대신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시아에 MD 체계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한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한국과 미국이 사드 논의 시작을 발표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주변 지역에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시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디언도 사설에서 “핵우산 뒤에 숨으려는 북한 정권의 편집증과 벼랑 끝 전술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군비경쟁과 핵확산 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