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한계론 확산
엔高로 기업실적 다시 악화되나…아베노믹스에도 '불안한 그림자'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일본은행 신뢰도만 낮춰"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한계론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 때문에 슬금슬금 올라가는 엔화 가치를 다시 끌어내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취지와 달리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장중 1.41엔 상승한 달러당 116.53엔에 거래됐다. 최근 나흘 동안 4엔 이상 올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 등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도쿄증시는 나흘 연속 하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1.32% 내린 16,819.59에 마감했다. 지난달 26일(16,708.90)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로 기업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증권 수석외환전략가는 “(해외 변수가 커) 일본은행 홀로 엔화 약세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저와 기업 실적 개선을 통해 투자와 소비 증가를 이끌고, 일본 경제의 성장을 이끌려는 구도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금융시장에서 채권값이 연일 강세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새롭게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30%포인트 하락한 연 0.025%에 마감하며 사상 최저(채권값 최고)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일본 국채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본 금융회사들의 채권 매수 의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채권 금리만 끌어내릴 뿐 엔화 약세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엔화가치 상승의 주원인이었던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국제 유가 급락은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경기지표 악화와 금리 인상 관측 후퇴가 새롭게 엔화 수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시장에서 아베노믹스 성패의 변곡점으로 여기고 있는 ‘달러당 115엔, 닛케이225지수 16,000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년간 엔저를 통한 기업실적 개선이 고용과 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일본 경제를 이끌어왔는데, 엔화가치가 계속 상승하면 ‘아베노믹스’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차기 금융정책결정회의까지 한 달 이상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음 회의는 3월14~15일 열린다.
시장에서는 구로다 총재가 국채 유동성 위축에 대한 부담으로 국채 추가 매입 대신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보지 못한 채 중앙은행의 신뢰도만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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