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 쑥쑥 키운 '창조적 파괴자' GS리테일

입력 2016-02-05 07:10
Cover Story - GS리테일

'6년전 결단'이 가져온 승리
백화점·대형마트 알짜점포까지 매각
확보한 자금 편의점 확장에 '올인'
작년 영업익 2258억…2.5배 급성장

편의점 먹거리 트렌드 개척자
업계 최초 식품연구소 설립
김혜자도시락 등 PB 품질 높여
SNS 입소문 타고 인기 고공행진


[ 송종현 기자 ]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가 불러일으킨 후폭풍이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생긴 각종 규제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유독 편의점만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대형마트(-2.1%), 백화점(-1.2%), 기업형 슈퍼마켓(SSM·-1.3%) 매출은 감소한 반면 편의점 매출은 26.5% 증가했다. 담뱃값 인상이란 1회성 요인이 있었지만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등 사회구조의 변화가 보다 근본적 원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GS리테일은 한국 편의점 사업의 성장과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 기업이다. 2011년 말 이후 작년 말까지 전체 편의점 수가 40.6% 증가하는 동안 GS리테일의 GS25는 47.1% 늘어났다.

자체상표(PB) 도시락을 편의점 업계의 ‘효자’로 키우는 흐름을 이끈 것도 GS리테일이었다.

‘창조적 파괴’가 가져온 성공

GS리테일은 2010년 2월 GS스퀘어백화점 점포 3개와 GS마트 14개를 총 1조3400억원에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당시 GS리테일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롯데 신세계 등에 비해 미미했다.

그러나 매각 대상 가운데는 경기 구리·부천 등에 위치한 ‘알짜’ 점포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회사 내부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GS리테일이 롯데 신세계처럼 백화점 대형마트까지 모두 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편의점 확장에 사용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GS리테일의 백화점·대형마트 매각 이후 편의점은 GS리테일의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2011년 말 6307개였던 GS리테일의 편의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9045개로 늘어났다. 2011년 94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작년에 2258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2011년에 10% 이상 고성장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2011년 이후 매년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백화점은 2014년(-1.6%)과 2015년(-0.4%)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으며, 대형마트의 작년 성장률은 2.4%에 머물렀다.

편의점 변화 주도

GS리테일은 ‘덩치’와 영업이익 규모만 키운 게 아求? 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주도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표적인 게 GS25 점포를 운영하는 경영주와의 상생 노력이다. GS리테일은 GS25 경영주와의 끈끈한 파트너십 구축이 편의점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1994년부터 ‘경영주와의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이 간담회는 경영주 대표단이 GS25 임직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다. GS리테일은 경영주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받아 시스템 개선에 적용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25의 상품 차별화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1월 업계 최초로 식품연구소를 설립한 GS리테일은 연구소 설립 후 편의점 PB 도시락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2010년 배우 김혜자 씨와 협업해 선보인 ‘김혜자 도시락’의 맛이 크게 개선되면서 2013년 말부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혜자 도시락은 2014년부터 폭발적으로 판매가 늘어나 작년엔 1500만개가 팔려 나갔다. 김혜자 도시락은 GS25뿐 아니라 전체 편의점 도시락시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SM은 지역 밀착 운영에 주력

GS리테일은 성장세가 둔화된 SSM 사업에 대해선 지역 밀착형 점포 육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과 상품 공급 협약을 맺어 우수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GS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지난해 11개 기업의 우수 상품을 발굴·판매했다. GS수퍼마켓에서만 판매하는 유황포크는 전남 토종 축산업체인 콤스영농조합법인이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팀과 협력해 1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한 한방약제분말을 먹인 친환경 돼지고기로, GS리테일은 올해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허 사장은 “2015년은 GS리테일의 지속 성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편의점 SSM 이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