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원샷법' 국회 통과] 철강·해운 구조조정 '숨통'…예외조항 많아 '원샷법 효과' 반감

입력 2016-02-04 21:15
'원샷법' 적용 대상 기업과 효과는

합병·분할 절차 간소화…세제·금융 등 지원
공급과잉 업종에 한정…엄격한 심의 거쳐야
국회, 심의위원 추천…정치권에 휘둘릴수도


[ 서욱진/박종필 기자 ]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이 촉진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업종의 기업분할, 합병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개입해 원샷법 적용 기업을 심의하기로 했고, 대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배제하기로 했으며, 원샷법 대상 기업의 적용 기간도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줄여 원안에 비해선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철강 유화 등 구조조정 빨라질 듯

원샷법은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도 절차상 어려움과 세금 등의 부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기업의 자발적인 결단을 이끌어 낼 것이란 예상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조선·석유화학업종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끼리 합병할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합병 대가로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일 때만 이사회 결의로 합병할 수 있다. 원샷법은 이 기준을 발행주식 총수의 20%까지로 완화했다.

또 원샷법 시행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 해운사의 합병 논의도 활발해질 수 있다. 원샷법 적용 대상이 되면 회사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 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되고, 주식매수청구권 요청 기간이 주총 후 20일에서 10일로 단축돼 합병이 수월해진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원샷법이 시행된다고 당장 사업재편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좋은 ‘멍석’을 깔아준 것은 분명하다”며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사업재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샷법은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도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원샷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50% 이상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체제로 바뀐 한진그룹은 손자회사인 한진해운이 오는 11월까지 한진퍼시픽 등 증손회사 다섯 곳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전량 매각해야 하는 등 증손회사 규제는 지주회사 전환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내용 수정돼 ‘반샷법’ 우려도

원샷법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 ‘대기업 특혜론’으로 인해 야당의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사업재편의 목적이 ‘경영권의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의 제공’ 등에 있다고 판단되면 원샷법 적용 대상으로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또 승인 이후에도 이런 목적이 드러나면 지원액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담았다.

이와 함께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네 명이 포함된 민관 합동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원샷법 적용을 받기가 그만큼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자칫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릴 수도 있다. 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집단 내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는 원샷법의 채무보증 특례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통과는 환영하지만 원안보다 후퇴해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원샷법 통과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다른 경제활성화 법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욱진/박종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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