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업 매칭 '활발'…전공 성역도 사라진 구직 열기
[ 최유리 기자 ] "모바일쪽 개발 경험이 부족하지만, 필요한 부분은 오늘이라도 가서 배워오겠습니다!" "체력적으로 남자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야근도 문제없어요."
다부진 각오들이 오갔다. 각오를 넘어 절규에 가까운 외침도 들렸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취업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의 목소리였다.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했지만 반듯한 정장 차림은 보기 어려웠다. 호피무늬 운동화에 털모자, 백팩을 둘러맨 청년들은 대기업 간판보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 3일 창업지원센터 디캠프는 '청년희망재단과 함께 하는 D.매치 글로벌'을 열었다. 취업준비생 200여명과 스타트업 20곳 사이의 '단체 맞선'을 주선한 셈이다.
맞선의 열기는 뜨거웠다. 회사와 개별 인터뷰가 진행되는 부스에는 지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순서에선 취준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해외 명문대 졸업을 미루고 구직 중인 유학생부터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은 고(高) 스펙 지원자들이 넘쳐났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정은 씨는 "대기업 취업문이 워낙 좁으니 학교에서도 창업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창업을 권장하는 분위기"라며 "스펙에 목마른 취준생들은 연봉이 적어도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취업난이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안정적이지만 큰 조직의 일부가 돼야 하는 대기업보다 주도적으로 성장을 이끌 스타트업을 찾는 구직자들도 상당수였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차선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형 게임사에서 인턴을 경험한 이인영 씨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부속품이 된 느낌이었다"며 "기획부터 개발, 판매 등을 모두 경험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헬스케어 스타트업 '직토'의 이종윤 수석 디자이너는 회사 성장의 주인공을 꿰찼다. 디캠프의 취업 매칭을 통해 직토에 합류한 이후 1년 반 만에 수석 디자이너에 오른 것.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최근 웨어러블 기기 '직토워크'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iF 디자인은 세계 3대 디자인상중 하나로 꼽힌다.
인재에 목이 마른 스타트업도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놈들연구소'를 이끄는 최현철 대표는 "빠르게 기반을 닦아야 하는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인데 채용에 가장 많은 시간이 든다"며 "디캠프를 통해 구직자들을 직접 찾으러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놈들연구소는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자 戀?UX)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서로의 부름에 응답하면서 채용자들의 스펙트럼은 넓어지는 추세다. 전공 성역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공대생이 주를 이루던 것에서 인문·상경 계열까지 채용이 활발해졌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기획, 마케팅 인력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시어스랩'의 인턴 디자이너 노수정 씨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마케팅부터 기획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대기업 인턴으로 한 줄의 스펙을 만드는 것보다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면서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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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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