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장가격이 115만원인 삼성전자 주식을 향후 3개월 이내 언제라도 90만원에 살 수 있는 미국형 콜(옵션)을 생각해 보자. 만일 삼성전자 주식이 현재 고평가돼 있어 조만간 하락할 것으로 투자자 갑이 전망한다면 그는 이 콜을 지금 사용(행사)해서 115-90=25만원의 이익을 실현해야 할까? 그의 전망대로 주가가 가령 110만원으로 하락한다면, 그때 콜을 행사하면 110-90=20만원의 이익만 실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의 전망과 관련 없이 미국형 콜은 무조건 만기까지 보유한 후 만기일에 행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만기일에만 행사할 수 있는 유럽형 콜과 미국형 콜의 이론가격은 똑같다. 언제나 행사할 수 있는 미국형 콜을 왜 만기일 이전엔 행사하지 않고 만기일에 행사하는 것이 최적인지 알아보자.
갑이 오늘 콜을 행사해 얻을 25만원을 연리 12%인 안전자산에 3개월(=0.25년) 동안 투자하면 원리금은 25×(1+0.12×0.25)=25.75만원이 된다. 하지만 주가가 현재 고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면 콜 매도 대신 주식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오늘 115만원이 유입되고 만기일에는 이자 합쳐 115×(1+0.12×0.25)=118.45만원이 된다. 그리고 만기일에는 공매도 상대방에게 주식을 돌려줘야 하는데, 만일 만기일 주가가 90만원보다 크다면 갑은 콜을 행사해서 90만원을 주고 주식 1주를 얻는다. 이 주식을 공매도 상대방에게 돌려주면 3개월 후 갑의 총수익은 118.45-90=28.45만원으로, 오늘 콜을 행사할 때의 25.75만원보다 더 크다. 만기일 주가가 90만원보다 작다면, 가령 (90-a)만원이라면, 콜은 무용지물이 되고 갑은 주식을 직접 사서 공매도 상대방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면 3개월 후 갑의 총수익은 118.45-(90-a)=(28.45+a)만원으로 역시 25.75만원보다 더 크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미국형 콜은 마치 보험증서와 같아 지금 행사해서 없애는 것보다 끝까지 보유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면 향후 주가 상승 시 자신이 얻을 혜택을 스스로 걷어차는 것과 같다. 향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오늘 비싸게 주식을 (공)매도하고 나중에 주식을 싸게 되사서 갚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이익이다.
옵션은 가장 어려운 파생상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에서처럼 하나하나 그 이치를 따져 분석하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즉 옵션 이해에는 분석적 사고가 특히 필요하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