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트렌드
서점가에 부는 '복각판 바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5만부, '진달래꽃' 4만부 판매
독자들 소장·감상 욕구 자극…원전 느낌 재현이 관건
[ 박상익 기자 ]
서점가에 국내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을 복원한 ‘복각판’ 바람이 불고 있다. 1인 출판사 소와다리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1925년 초판본의 복각판이 4만부 이상 팔리며 돌풍을 일으킨 이후 복각판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복각판 열풍은 박물관에서나 볼 만한 희귀 서적 초판본을 옛날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어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책을 소장하려는 독자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와다리가 《진달래꽃》 에 이어 지난달 출간한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복각판은 출간하자마자 교보문고 종합 주간 베스트셀러 7위에 올랐다.
1955년 윤동주 서거 10주기 기념본을 복원한 이 책은 5만부 이상 팔리며 3일 현재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예스24 종합 5위를 달리고 있다. 《진달래꽃》도 알라딘에서 이달 첫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는 등 꾸준히 팔리고 있다.
김동근 소와다리 대표는 “김소월, 윤동주 시집 초판본을 구입하는 독자의 70~80%가 여성이고 그중 20대 비율이 가장 높다”며 “소장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선물용으로도 많이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판본 복각판이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미려한 매력이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시집의 첫 모습에 독자들이 환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는 25일 출간할 예정인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 초판본 복각판도 예약 판매만으로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백석 시집은 초판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작업으로 제본하기 때문에 초기 물량이 많지 않다”며 “수작업으로 제본하는 책이 모두 팔리면 일반 제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국어교과서 등 각종 수집품 20여만점을 소장하고 있는 전갑주 한국교과서 대표는 지난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백범일지》 를 비롯해 근·현대 서적 41종을 복각판으로 냈다.
전 대표는 “초판본은 내용뿐만 아니라 외형만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지식인하우스도 3·1절에 맞춰 《백범일지》 초판본을 복원한 책을 출간한다.
복각판은 활자를 판형에 맞게 편집해 인쇄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옛날 모습 그대로 출간한다. 제작의 밑바탕이 되는 초판본을 구한 뒤 고 滿捉돈?촬영해 파일로 저장한다. 김 대표는 “인쇄할 때 너무 선명하거나 흐리게 나오면 이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원전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자와 옛날 한글 표기가 섞여 있어 본문을 읽기가 쉽지 않지만 박물관에서 표지로나 볼만한 책들을 소장하고 감상하는 느낌을 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출판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검증된 메시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고전인데 검증된 지식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복각판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며 “복각판으로 낼 만한 유명한 고전은 한정돼 있어 출판계의 큰 흐름을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