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경영'에 주목한 이병구 네패스 회장 "아침 합창·감사편지 통해 협업 능력 키우죠"

입력 2016-02-03 18:25
인사평가 70%는 협업 실적

100년 이상 크는 회사 '해법' 고민
작년 800건 진행, 130억원 성과


[ 이현동 기자 ] 비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회사인 네패스의 이병구 회장(사진)은 올해 직원 인사평가 제도를 뜯어고쳤다. 직원 간 협업실적 반영 비중을 전체의 30%에서 70%로 높이기로 한 것. “30%도 많은데 70%는 너무 심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확고했다. 그는 “혼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놔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관계’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작년 네패스에서는 800건이 넘는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130억원가량의 경제적 성과를 냈다. 반도체 칩 세척에 쓰이는 화학물질 ‘티타늄·구리 에천트’ 개발이 대표적이다. 100% 수입에 의존했던 물질이다. 반도체 공정팀과 구매팀, 케미컬사업부 직원들이 6개월간 머리를 맞댄 끝에 작년 12월 양산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협업에서 나오는 혁신과 창조만이 100년 이상 성장하는 회사로 키울 수 있다”며 “천재 한 명이 회사를 먹여살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LG반도체를 퇴사하고 1990년 회사를 차렸다. 매출이 금세 100억원대가 됐다. 이 회장은 “회사가 크는 만큼 두려움도 많아졌다”고 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눈 깜짝할 새 고꾸라지는 회사가 많이 보였다. 이 회장은 네패스에서도 그 싹을 봤다. 그는 “직원은 늘었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일했다”며 “회사를 관통하는 철학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인사관리 서적과 이나모리 가즈오 등 일본 경영자들의 책을 읽었다.

고민 끝에 ‘관계’에 주목했다. 이 회장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직원끼리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를 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수차례 이를 강조했지만 ‘잔소리’에 그쳤다. 상징적인 뭔가가 필요했다.

직원끼리 “안녕하세요” 대신 “슈퍼스타”라고 인사하도록 한 것이 출발이었다. 서로를 인정한다는 뜻을 담았다. 합창도 시작했다. 네패스 임직원 2000여명은 매일 아침 각 사업장에 모여 30분간 노래 세 곡을 함께 부른다. 이 회장은 “서로 모르던 직원이 안면을 트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다른 직원에게 7통의 감사편지도 쓰도록 했다. 젊은 직원들을 겨냥해 ‘마법노트’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제작, 활용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다. 부담이 큰 ‘가욋일’로 여기지 않도록 모든 활동은 업무시간에 하돈?했다.

매주 한 번 독서 토론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회장은 “좋은 관계의 기본은 각자가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한 명이 발제하면 두 명이 키워드를 뽑아 이를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지 발표한다. 이후 1시간 정도 토론이 이어진다.

20여년 뒤 네패스는 매출 3000억원대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작은 여러 개 칩을 하나로 패키징하는 ‘시스템 인 패키징(SiP)’ 기술, 필름 없는 터치패널 등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며 “그 근본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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