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두산중공업·대우건설, 공매도 비중 15% 웃돌아
"개인투자자, 투자 전에 대차잔액 늘 확인해야"
공매도 몰린 셀트리온 주주, KB증권 등에 2000억 옮겨
[ 김익환 / 송형석 기자 ] 호텔신라는 지난달 28일 주주들에게 이익을 되돌려주기 위해 자사주 150만주(1039억5000만원)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이 줄어들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튿날(29일) 이 회사 주가는 8.7% 급락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이날 227억원의 공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호텔신라에 집중된 공매도 물량은 단일 종목 거래금액 기준으로 올 들어 최고치였다.
◆공매도 공세에 추풍낙엽
호텔신라는 1년 새 주가가 32.21% 떨어졌다. 이 회사는 최근 1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비중(16.95%)이 두 번째로 높은 종목이었다.
두산중공업도 공매도 공세로 피해를 봤다. 올해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에는 공매도가 전체 주식 거래량의 절반가량(49.72%)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29.85% 하락했다.
공매도 물량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 종목에 집중됐다. 자본시장법상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한다. 거래가 많은 대형주일수록 주식 대차(대여) 물량을 확보하는 게 쉽다는 설명이다. 최근 1년 새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은 삼성중공업(17.53%) 호텔신라(16.95%) 두산중공업(15.67%) 대우건설(15.44%) 등이었다. 중국산 저가타이어의 공세로 실적이 악화된 금호타이어(13.15%) 한국타이어(12.88%) 등도 공매도의 타깃이 됐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목표주가가 잇달아 하향 조정된 것이 이들 종목의 공통점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매도는 주식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요즘 같은 장세에선 중요한 투자지표로 봐야 한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몰리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뿔난 개미, 연대 나섰다
공매도도 투자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가 탐탁지 않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공매도가 많아지면 투자심리 악화로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도 증권사 ‘대주거래(개인이 기관 혹은 개인과 하는 거래)’를 통해 공매도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요건이 까다롭고 위험도가 높아 개인투자자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최근 기관들의 대규모 공매도 공세를 견디다 못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대차(대여) 서비스가 없는 증권사로 주식 계좌를 옮기는 방식으로 공매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적극적이다. 올 들어 셀트리온 주주들은 주식대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들로 총 2000억원어치의 셀트리온 주식을 옮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던 셀트리온 주주 600여명을 유치했다”며 “이들이 옮긴 셀트리온 주식보유 금액이 1100억원어치에 달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으로도 2000억원어치의 주식이 유입됐다.
셀트리온은 공매도와 오랜 악연이 있다. 2012년부터 셀트리온 제약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고 분식회계설, 회장 도주설 등이 돌면서 공매도 물량이 몰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13년 공매도 때문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발표까지 했다.
김익환/송형석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