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업에도 손 뻗친 차이나머니…"세계 3위 신젠타 인수"

입력 2016-02-03 17:41
중국 최대 화학사 켐차이나, 430억달러에 사들여
성사땐 단숨에 업계 선두권

중국 기업의 해외 M&A 중 역대 최대 규모될 듯


[ 임근호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최대 화학회사인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CNCC)가 스위스 농약·종자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430억달러(약 52조원) 이상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신젠타, 주주 압박에 회사 매각

신젠타는 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켐차이나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켐차이나는 주당 현금 465달러, 특별배당금 5스위스프랑에 인수를 제안했다. 주당 약 480스위스프랑(약 57만원)으로 2일 신젠타 종가인 392.30스위스프랑보다 약 22%, 지난해 켐차이나가 제시했던 449스위스프랑보다 약 7% 높은 금액이다. 신젠타 주주는 추가로 올해 5월 예정된 배당금 11스위스프랑(약 1만3000원)도 받는다.

신젠타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인수 제안을 통과시켰다.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면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며 기존 경영진들이 계속 회사를 운영한다. 존 램세이 신젠타 최고경영자(CEO)는 “상당히 매력적인 인수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제네카의 농화학 부문이 서로 합병해 설립된 신젠타는 작년 켐차이나, 몬샌토, 바스프(BASF) 등으로부터 수차례 ‘러브콜’을 받았다. 2013년 매출 기준 세계 농약 시장 점유율 20%로 1위, 세계 종자 시장 점유율 8%로 3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젠타 역시 주주들로부터 회사를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이날 신젠타는 작년 매출이 134억달러로 전년보다 17% 줄었다고 발표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곡물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램세이 CEO는 최근 “업황 둔화 사이클이 끝날 때까지 주주들이 기다려주지 못한다면 매각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켐차이나, 단숨에 업계 2위

켐차이나는 신젠타 인수로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매출을 기준으로 켐차이나와 신젠타 합병법인의 농약·종자부문 매출을 합하면 181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합병을 결정한 듀폰과 다우케미칼의 186억달러에 이어 2위다. 3위인 몬산토(156억달러), 4위 바이엘 크롭사이언스(126억달러), 5위 바스프(73억달러)를 모두 제치게 된다.

농업과 관련해 UN에 자문하는 ETC그룹은 “몬산토 신젠타 듀폰 등 6대 글로벌 농화학기업은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하는 등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들 중 한 곳을 인수하는 것은 신생 업체들이 쉽게 진입하기 힘든 카르텔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국영기업인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도 부합한다. 연 170억달러로 세계 2위 종자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2020년까지 자국 50대 종자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인 6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젠타는 종자 특허권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종자 개량에 대한 기술도 갖고 있어 중국의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표만문 베이징 세농종묘 사장은 “중국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작지는 많이 유실된 반면 육류 소비로 사료용 곡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어 같은 면적에서 가능한 한 많은 작물을 생산해 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종자시장 영향력 확대에 우려도

중국의 신젠타 인수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조지프 포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식량 수급과 바로 연결되는 종자산업은 독과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신젠타 인수의 뒤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것이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과연 안전한 방법으로만 유전자 변형을 통한 종자 개량에 나설지, 중국이 마음에 안 드는 나라에도 종자를 판매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신젠타는 미국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미국 의회의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인수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eige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