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에 '광명성 발사' 잇따라 통보
지난달부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 관측
청와대 "북한 동향 예의주시…필요 조치 마련 중"
[ 김동윤 기자 ]
북한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계획을 잇따라 통보했다. 지난달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 김광철 체신상이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TU에 ‘지구 관측 위성’ 발사 계획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ITU에 위성 발사의 목적이 정보나 영상 송수신에 있으며 가동 기간은 4년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해사기구(IMO)도 “북한이 8~25일 ‘광명성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위성 발사 시간이 오전 7시~낮 12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인공위성 발사체를 쏠 때 ITU, IM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구에 발사 시점과 발사 궤도, 인공위성 ?기능을 비롯한 제반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인공위성 발사가 평화적 목적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동시에 항공기와의 충돌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ITU는 북한이 제공한 정보가 불완전하다고 판단해 정보를 더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기구에 통보한 것을 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또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대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2012년 12월12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 개량형을 위성 운반을 위한 로켓 ‘은하 3호’라며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정보당국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난달부터 경고해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달 25일과 18일 등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로 의심되는 여러 가지 움직임이 관측됐다”고 최근 밝혔다.
북한의 관측 위성 발사 통보와 관련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움직임을 예시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북한의 발사 통보가 알려지기 전인 이날 오전에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를 우선순위에 두고 감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수시로 열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군사 대비 태세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SC 상임위 회의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며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다.
미국 정책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이날 “지난달 25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 핵단지 남서쪽에 핵연료 가공시설에서 동위원소 분리시설로 판단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있었다”며 “수소폭탄의 원료 가운데 하나인 3중수소 생산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