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알던 어묵이 아냐"…전통 갖춘 신세대 어묵 '돌풍'

입력 2016-01-31 15:37
수정 2016-01-31 15:40
# "부산의 명물 삼진어묵, 매진됐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전화 대기 중이신 분들만 주문 가능하세요." 29일 오후 9시30분께 롯데홈쇼핑 최유라쇼. 요리 및 간식용, 크로켓 등으로 구성된 4만9900원짜리 삼진어묵 선물 세트는 30분 만에 준비물량 9100세트, 4억원어치가 완판됐다.

# 지난 14일 오전 중국 상하이 창닝 지구의 '팍슨-뉴코아몰' 지하 1층 고래사 매장. 팍슨-뉴코아몰의 정식 개장일인 이날 밀려드는 중국인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고래사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부산의 대표 어묵업체 중 한 곳인 고래사는 첫 번째 해외점포로 상하이에 어묵베이커리형 매장을 냈다.

이미지 변신을 꾀한 어묵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 지역 대표 어묵 브랜드인 삼진어묵과 고래사 등이 '베이커리형 매장'을 내며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한 후 최근 몇년간 전국구로 인기를 얻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베이커리형 매장을 내세운 부산 지역 전통 어묵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수도권으로 진출하며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1953년 설립한 삼진어묵은 2013년 말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 형태의 매장을 선보눼? 매장 뿐 아니라 체험장, 역사관 등을 운영하며 60여 가지 어묵을 선보여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2014년부터 부산에서 매장을 늘려나가는 틈틈이 수도권에서 팝업 매장을 선보여 입소문을 탔다. 주력상품인 어묵 크로켓의 경우 당시 부산지역 5개 매장에서 일평균 3만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5월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정식 매장을 내며 수도권에 입성했다.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식품관을 갖춘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입점했다. 현재 13개 직영매장을 운영하면서 롯데홈쇼핑, KTX 특송 서비스 등을 통해 전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부산 명물을 맛보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매출도 호조를 보였다. 삼진어묵은 개점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델리 부문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서도 미국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를 추격하며 국내 브랜드 중 1위를 지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에 2011년 20억원이던 삼진어묵 매출은 2015년 53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올해 목표 매출은 700억 원으로 설정했다"며 "올해 일본에 우선적으로 진출할 계획이고 중국에서도 현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래사 역시 전국구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고래사는 현재 부산 부전 본점을 비롯해 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경기 성남시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고래사가 지난해 11월 분당점에 입점한 후 델리코너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의 경우 하루 평균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설명이다.

고래사는 밀가루가 아닌 타피오카 전분을 사용해 특유의 풍미와 식감을 자랑한다. 어묵뿐 아니라 생선살을 넣은 면발로 만든 어우동, 어묵회, 어묵초밥 등 이색적인 제품이 특징이다.

음식료 업계에서는 '반찬'으로 인식되던 어묵이 베이커리형태의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소비자에게 '간식'으로 소구한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에게 친근하고 오랫동안 먹어온 만큼 덜 질리는 먹거리란 점에서 장기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영준 롯데백화점 식품 수석바이어는 "어묵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반찬용에서 벗어나 식사 대용, 간식용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디저트류의 경우 짧으면 6개월 만에 유행이 바뀌지만 어묵의 경우 상대적으로 물리지 않는 장점이 있어 되레 해당 매장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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