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던 나라에서 일자리 주는 나라로
손 대표 개인 땅 5만㎡ 기부…700세대 규모 올해 5월 착공
"독일에 사는 파독 근로자 중 한국 오고 싶어하는 사람 많아"
[ 박상용 기자 ] 지난해 독일에서 파독 광부 출신 홀몸노인이 사망한 지 6개월 만에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파독 근로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지만 한국의 비싼 집값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파독 근로자들을 위한 실버타운이 수도권 인근에 들어설 전망이다.
파독 광부 출신으로 무역회사 그래이스주 대표를 맡고 있는 손병덕 씨(68·사진)는 29일 기자와 만나 “경제적 문제로 귀국하지 못하는 파독 근로자가 독일에만 160여명 있다”며 “이들을 위해 수도권 인근에 700가구 규모의 실버타운을 올해 5월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7년 독일에 갔던 그는 2009년 귀국해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를 위해 자신 소유 땅 4만9586㎡를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에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독일에 있을 때 노인들이 모여 사는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노인들이 젊은이처럼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그때부터 사업에 성공해 실버타운을 세우겠다는 꿈을 꿔왔다”고 했다.
실버타운에는 거주시설뿐 아니라 파독 근로자 기념관, 납골탑, 요양시설 등이 들어선다. 건강 관리부터 사망자 추모까지 같은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 들어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파독 근로자를 위한 마을 조성 계획이 발표됐지만 경남 남해 독일마을을 제외하고는 진행된 사례가 없다.
손 대표는 “20대 중반 이후 독일에서 일을 시작한 파독 근로자는 10대 후반이면 연금을 내는 독일인에 비해 연금이 적어 삶이 팍팍한 경우가 많다”며 “파독 근로자 출신이면 누구든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독 광부 출신인 권이종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 회장은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 등 파독 근로자와 관계 없는 사람들이 파독 근로자를 위한 마을을 세우려는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며 “파독 광부 출신인 손 대표가 자기 땅을 파독협의회에 기부해 협의회가 직접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