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어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0.1%로 인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쇼’다. 연간 80조엔(약 800조원)의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에도 경기·물가 부진 속에 연초부터 주가 급락, 엔화 강세까지 겹치자 마지막 수단인 마이너스 금리까지 꺼내든 것이다. 내달 16일부터 민간 은행들이 일본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거꾸로 연 0.1%의 보관료를 내야 한다. 돈을 중앙은행에 묵히지 말고 시장에 풀라는 독촉인 셈이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겪은 일본으로선 무슨 수라도 써보고 싶을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0%대에 그쳐 일본은행 목표(2%)까진 너무도 요원하다. 아베노믹스를 떠받치던 주가와 환율마저 거꾸로 움직이자 부작용이 뻔한 극약처방까지 동원한 것이다. 일단 주가엔 호재다. 어제 일본 증시는 2.8%나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도 118엔 선에서 121엔대까지 뛰었다가 120엔대로 다소 내려왔다. 2차 엔 약세의 시작이란 분석도 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추가 약세까지 겹칠 경우 한국 원화엔 큰 쇼크가 올 것이다.
극약처방으로 일본 경제가 살아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7년간 경험했듯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의 혁신과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현실에선 경제회생의 자신감을 떨어뜨려 더 센 극약처 堧?남발하기 쉽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초단기 예금금리를 2014년 6월 마이너스(연 -0.1%)로 낮춘 이후 그해 9월 -0.2%, 작년 12월 -0.3%로 더 내렸다. 그러고도 효과가 없어 추가 양적 완화를 거론하는 판이다.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일본은행도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바닥 밑에는 지하 1, 2, 3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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