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6) 올림픽 축구와 월드컵 축구
2016년은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입니다. 현재 카타르에서는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예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최종참가국 16개국 가운데 아시아에 배당된 본선진출권은 석 장입니다. 결승에 오른 두 팀은 자동으로 본선에 진출하고 3-4위전 승자가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을 가져갑니다. 대한민국은 지난달 27일 새벽(한국시간 기준) 홈팀 카타르를 3-1로 물리치고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일본이 후반 직전에 터진 결승골로 이라크를 2-1로 꺾고 본선에 합류했습니다.
한국축구, 리우올림픽 본선행
그런데 이번 예선전에는 U-23 아시아선수권대회라는 타이틀도 붙어 있습니다. U-23은 23세 이하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올림픽의 경우 다른 종목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참가합니다. 축구만 예외인 셈입니다. 올림픽 축구메달은 정말 값진 것이지만 전 ?〉湧?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월드컵 8강과 16강의 중간 정도로 평가합니다. 그런데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축구를 특별 대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IOC가 출전선수의 숫자를 제한한다는 점을 다른 칼럼에서 이야기했습니다만, 제한을 두는 것은 경기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효율적 진행을 위해 참여를 원하는 모든 경기종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요. 육상이나 수영, 체조 등은 퇴출될 일이 없겠지만 다른 종목들은 늘 퇴출의 위협을 마주합니다. 올림픽 정식종목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해당 경기의 국제적 위상을 증명하는 지표이므로, 각 경기단체는 올림픽 정식종목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2010년 6월 로잔에서 IOC 집행위원회가 열렸습니다. 2016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회의였습니다. 각 경기단체에는 30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주어졌고 야구, 소프트볼, 스쿼시, 롤러스케이팅, 가라데가 탈락하고 럭비와 골프가 신규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근대 5종, 레슬링, 태권도 등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올림픽 재진입을 노리는 종목도 많습니다. 그래서 4년마다 사활을 건 총력전이 거듭됩니다. 각 경기단체가 IOC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의 권위를 동일하게, 때로는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세계선수권 우승보다 더 높게 쳐주는 이유입니다.
프로선수 제한한 올림픽축구는 2류?
축구는 예외입니다. 1956년 소련이 금메달을 차지한 이래, 1980년까지 축구는 동유럽 국가들의 독무대였습니다. 월드컵은 동구권 국가들이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흐름이 달랐던 것이지요. 올림픽은 프로선수들의 출전을 제한했기에 유럽과 남미의 일류 선수들은 처음부터 참가가 불가능했습니다. 올림픽 축구는 따라서 월드컵에 못 미치는 2류 타이틀이었습니다. 축구가 IOC에 고자세를 고수한 이유가 있습니다. 월드컵만으로 얼마든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축구의 세계선수권인 월드컵은 736명의 선수들이 참가하고 한 달 정도 지속됩니다. 하지만 세계 방송사들이 지급하는 중계료는 오히려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더 많습니다. 올림픽을 홀대하는 것이 월드컵의 권위를 유지하는 방편이기도 했던 것이지요. 세계에 ‘단 하나뿐’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리고 그 숫자가 엄청나다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니까요. 물건이 둘 혹은 그 이상일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걸 모르지 않는 겁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올림픽에도 프로선수의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흐름이 대세를 이루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림픽을 23세 이하의 경연장으로 만들겠다며 선수를 쳤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축구 종목은 23세 이하로 출전선수를 제한하고 프로 아마 여부에 상관없이 참가 가능’으로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대회 직후 경기력이 월드컵에 비해 상당히 처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FIFA와 IOC가 합의한 내용이 ‘본선에 한해 연령에 관계없이 세 명의 와일드카드 선수를 출전시킨다’는 개선안이었습니다.
IOC와 FIFA의 윈-윈 협상
전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는 축구를 제외하면 올림픽의 흥행에 문제가 생깁니다. IOC도 FIFA도 이 점을 잘 알기에 위와 같은 합의문에 서명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고 남자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여자 축구는 본선 진출국 10개팀에 연령제한이 없는 최고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섭니다. 여자축구의 경우 월드컵과 올림픽의 권위는 그래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FIFA와 IOC의 힘 겨루기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라 사이의 협상을 떠올립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한일회담 같은 경우 ‘저자세 외교다, 무능한 협상이었다, 굴욕적 문서에 서명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현실과 이상은 다릅니다. 나라 사이의 협상에서 국력에 차이가 나는 경우 협상력 자체가 비대칭적입니다. 의견이 맞설 때 같은 크기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협상은 재판이 아닙니다. 한 쪽이 전권을 가지고 다른 한 편을 판결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뜻을 100% 관철할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라 사이의 협상은 스포츠단체 사이의 협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울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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