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과시점 등 관련법 정비 선행돼야"
[ 문혜정 기자 ] 1994년 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14% 이상), 2005년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한 일본에선 유언신탁과 함께 유언대용신탁도 크게 활성화돼 있다. 2011년 영화 ‘엔딩 노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2012년 이후 ‘슈카쓰(終活:임종 준비)’, 즉 고령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다는 게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사후 상속 문제 등을 생전에 미리 챙기는 것이다. 당시 일본의 상속세율 인상 추세도 신탁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유언신탁은 본인이 직접 재산을 관리하다가 사망 이후에만 재산 배분 등을 위해 금융회사에 맡기는 것이다. 이와 달리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자산관리를 통해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받다가 상속 집행을 특약으로 추가하는 내용이다. 유언장은 증인·공증 여부, 분실 및 위·변조 가능성, 유언의 적법성 등으로 소송이 빈번한 반면 신탁계약을 통한 상속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유언대용신탁이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에서는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높은 비용이 문제다. A은행의 경우 자산 50억원을 가진 위탁자가 최초 계약을 맺을 때 1000만원(0.02%)을 낸다. 또 금융자산 10억원당 연간 자산관리 수 値?300만원(0.03%), 부동산은 평균 500만원 이상 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최초 공략 대상을 자산 50억원 이상의 자산가에게 맞추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석환 금융투자협회 신탁지원실장은 “미국 등과 달리 국내에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상속세를 위탁자의 사망 시점에 부과할지, 혹은 신탁계약 체결 시점에 부과할지 법적 논의도 더 필요하다.
서정석 신한은행 신탁부 부부장은 “거래건수가 많아져야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수수료도 낮아질 것”이라며 “일본에서 2~3년 새 거래가 크게 늘어난 만큼 고령화가 빠른 국내에서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