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외탈세 단속도 좋지만 국제 조세와의 조화 선행돼야

입력 2016-01-27 17:44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다. 지난해 10월 한시적(6개월)으로 도입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가 3월에 끝남에 따라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 자진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국세청이 재산과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는 불법과 탈세를 조사하고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은닉 재산 조사를 위해 국제 탐정까지 고용해 가며 노력한 결과 지난해에는 추징액이 1조2861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역외탈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탈세 조사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글 애플 스타벅스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법인세가 세계 최저 수준(12.5%)인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두고 이 회사를 통해 글로벌 절세 관리를 하고 있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애국심’ 논쟁까지 벌여가며 이들 기업을 규제하려 했으나 생존과 수익성 제고가 1차 목표인 기업들은 더 낮은 세금을 찾아 움직이게 돼 있다. 이를 막기 위해 G20을 중심으로 짜인 질서가 소위 ‘구글세’로 불리는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체제다.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을 막기 위한 BEPS 체제는 지난해 11월 터키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세계 정부들이 공조체제를 이뤄야 할 정돈? 기업이 더 낮은 조세를 찾아다니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탈세는 적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글세가 도입됐다고 세계 모든 곳에서 세금이 같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국 기업을 붙잡고 외국 기업은 끌어들이려는 각국의 인센티브 경쟁이 벌어지게 돼 있다.

그런 만큼 소득세 법인세 등에서 우리 조세 체계가 국제 경쟁력이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툭하면 정치권이 ‘부자 증세’를 거론하고, 정부는 각종 부담금 등 준조세를 늘리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는 국제 조세와의 조화가 불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탈세 유혹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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