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서식·감정호르몬 분비…장 '제2의 뇌'로 불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하면 장 속 유해균 억제·유익균 증가
쎌바이오텍이 시장 개척…일동·종근당·보령 등 추격나서
국내시장 연 34%씩 급성장
[ 조미현 기자 ]
‘제2의 뇌’로 불리는 장(腸). 장은 뇌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장 속 활동이 건강은 물론 감정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감정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90% 이상 장에서 분비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을 느끼는데 뇌가 아닌 장에서 대부분 분비된다. 또 우리 몸 속 면역세포의 70%는 장에 서식한다.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는 이유다.
장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는 살아있는 균’을 뜻한다.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쿠스, 엔테로고구스, 스트렙토코쿠스, 비피도박테리움 등 5개 대표균종에 속하는 수많은 균이 프로바이오틱스다.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스로 규명된 대부분 균이 유산균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이라는 인식이 많다.
나이 들면 줄어드는 유익균
프로바이오틱스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장 속에 가지고 있다. 모유를 먹는 건강한 아기의 변을 살펴보면 90% 이상이 비피도박테리움으로 이뤄져 있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이 같은 좋은 프로바이오틱스는 줄어들고 몸에 해로운 균이 늘어난다. 유해균들은 장 속에서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고 장 점막을 얇게 한다. 결국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을 해치게 된다.
전문가들은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먹으면 병원성 세균 등 장 속 유해균이 늘어나는 속도가 늦춰지고 몸에 좋은 균이 활성화돼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프로바이오틱스가 젖산을 만들면서 장 속 환경을 산성으로 바꾸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균이 죽고 유익균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아토피 치주질환에도 도움
프로바이오틱스는 러시아 생물학자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가 1908년 유산균과 인간의 노화현상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분야다.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락토바실러스로 발효된 발효유를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노화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질병과 프로바이오틱스의 상관성을 연구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학술지 식품과학과산업에 실은 ‘알레르기질환에서 족菅牡結읗슬봉?예방 및 치료 효과’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아토피 피부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비교적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밖에 치주질환, 우울증 등 여러 질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프로바이오틱스 하루 섭취량은 10억~1000억CFU(세균 수를 나타내는 단위)다.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후끈’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2009년 이후 연평균 34%씩 성장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바이오 기업인 쎌바이오텍이 선두업체다. 쎌바이오텍은 자체 브랜드 ‘듀오락’을 내놓고 시장을 개척했다. 9중 코팅의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외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일동제약은 ‘지큐랩’을 선보이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70년 동안 축적된 유산균 노하우와 4중 코팅 기술 등 지큐랩이 지닌 차별점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프리락토)과 보령수앤수(대한민국 장수 유산균) 등도 프로바이오틱스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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