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세 전쟁
법인세 낮은 곳에 회사 세워…로열티 지급 등으로 조세회피
[ 이상은 기자 ]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BEPS)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스타벅스의 조세회피 행위다.
미국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원두를 사서 전 세계 체인점에 공급하고 각국 법인들이 내는 로열티 및 수수료 등의 수입을 얻는 것을 주요 사업 방식으로 삼고 있다.
이 과정을 위해 스타벅스는 단순히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중간에 스위스 소재 법인(SARL)과 네덜란드 소재 법인(SMBV), 영국 소재 법인(Alki LP) 등을 끼워넣는다.
방법은 이러하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원두를 사들이는데, 스위스 소재 법인이 사게 한다. 그래서 여기에 20%의 이익을 붙여 다소 비싸게 네덜란드 법인에 판다. 네덜란드 법인은 이 원두로 로스팅하고 포장·판매해 전 세계에 뿌리는데, 이 과정은 ‘단순 가공’에 불과하고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은 영국 법인이 제공한 무형자산에 대한 로열티 형식으로 영국 법인에 넘어간다. 로열티는 영업비용의 9~12%를 넘는 수준으로 매우 비싸다.
이렇게 되면 네덜란드에서 물건을 만들지만 이익은 봉㎧?법인과 영국 법인으로 흘러가 쌓인다. 스위스 법인은 10% 수준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영국 법인인 Alki LP는 합자회사다. 네덜란드 법에서는 이 회사를 ‘투과과세 단체(transparent entity)’로 규정하므로, 이 로열티가 미국으로 흘러간다고 보고 과세하지 않는다. Alki LP는 네덜란드와 영국 양쪽에 모두 납세 의무가 없다.
그러면 네덜란드는 바보인가. 아니다. 애초 이런 흐름도 자체가 네덜란드 정부가 허락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네덜란드 정부와 2008년 체결한 이전가격 사전 합의(APA)는 네덜란드 법인을 ‘단순 가공업자’로 정의하는 등 이런 구조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았다. 스타벅스는 세금 부담을 더는 대신 네덜란드에 제조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일자리를 제공하는 거래 관계인 셈이다.
개별 국가는 법인세를 낮추거나, 조세회피를 용인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세금을 정당하게 걷지 못한 다른 국가들은 반발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네덜란드 정부가 스타벅스에 2000만~3000만유로에 이르는 부당한 세제 혜택을 줬다고 판단하고 스타벅스에 세금을 제대로 내라고 지난해 명령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