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H지수 ELS투자자, 환매? 보유?…환매 수수료도 '부담'

입력 2016-01-25 15:21
수정 2016-01-25 15:22
[ 김근희 기자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도 환매 여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22일 H지수가 장중 8000선을 밑돌면서 원금 손실이 가능한 ELS 발행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해 발행한 공모 ELS(사모형·원금보장형 제외) 중 H지수가 7900선일 때 녹인에 진입하는 ELS는 459건이다. 원금 손실이 가능한 ELS 규모는 1조3942억원으로 추정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매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라도 손을 털고 더 큰 손실을 막을지, 만기 때까지 지수가 반등하기를 기다릴지 고민하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만기 시점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기 시까지 2년 이상 남아있는 경우에는 원금을 보장 받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만기 기간이 짧을수록 손실 위험 확률이 높다"며 "만기 잔여 기간이 길면 길수록 ELS 상품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H지수가 반등한다고 가정했을 때 6개월 동안 움직일 수 있는 지수 범위와 1년 동안 움직일 수 있는 지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기가 1년 이상 남았을 경우에는 환매보다는 그대로 들고 가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만기까지 기간이 1년여 정도 남았다면, 급락 이후의 반등이 나올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며 "지수가 다시 치고 올라온다면 당장은 손실 구간에 들어가 있더라도 (최종 만기일에는)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H지수가 역사적 저점에 있는 만큼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H지수는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에 있다"며 "ELS 대부분의 만기 시전이 걸려 있는 2년 뒤에는 지수가 현 수준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만기 전 환매도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ELS 만기까지 기간이 6개월 안팎으로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들은 환매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미 원금 손실구간에 들어간 투자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환매수수료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환매 수수료는 각 증권사의 상품마다 다르지만 수수료 비용은 통상적으로 5%(이론가 기준) 내외다. 환탭?경우 적어도 5% 정도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파생상품 부서 관계자는 "5% 수수료는 이론 가격이고 실제 환매를 할 때는 손실위험 회피(헤지)와 선물 투자한 부분에 대한 수수료도 나온다"며 "이것은 증권사나 상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환매 수수료는 개별 조건에 따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