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재벌 특혜라며 반대해온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수용키로 방향을 틀었다. 10대 그룹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해선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상 공공의료 조항을 우선 적용하는 내용을 법조문에 넣으면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보건의료를 통째로 뺄 것을 요구하던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꽉 막힌 쟁점법안들에 대해 타결 실마리가 보이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실상은 시간만 더 끌 공산이 크다. 더민주는 협조 대가로 온갖 요구사항을 주렁주렁 달아놨다. 원샷법은 적용대상에 예외를 두지 않는 대신 기한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재편 요인을 ‘공급과잉’에 한정하는 등 원안에서 대폭 후퇴했는데 또 기한 축소 요구다. 서비스법도 사회적경제기본법(협동조합 등의 발전기금 설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중소기업 적합업종 강화)과의 연계 처리가 전제다. 협상하면서 또 무슨 조건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이고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하루가 급하다. 하지만 원샷법은 이미 누더기가 돼 통과된다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법도 ‘경제 죽이기’ 법안들과 연계하면 안 하느니만 못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더민주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자꾸 붙이는 것은 비난 여론을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자초한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의 협조 없이는 정부·여당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강하게 반대할수록 얻는 게 많아지는데 쉽사리 협조할 이유도 못 느낄 것이다. 무기력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경제를 더욱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당장 고칠 것은 원샷법이 아니라 국회선진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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