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규에 없어도 금연구역 흡연 땐 징계 사유

입력 2016-01-22 07:00
Let's Master - 근로계약 종료 (3) 징계해고

'사유의 정당성·절차의 정당성
징계재량권 남용 아닐 것'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 무효



근로계약 종료의 유형 중에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종료되는 것을 해고라고 한다. 해고는 그 사유에 따라 징계해고, 정리해고, 통상해고로 나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통상해고’가 되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규정된 해고가 징계해고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판례(2012다116864)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에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는 징계사유뿐만 아니라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사유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대법원 노동판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징계와 관련된 것인데, 수백건에 달하는 징계 관련 대법원판례를 분석해보면 징계의 정당성에 관해 △사유의 정당성 △절차의 정당성 △징계재량권 남용이 아닐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사유의 정당성’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해진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징계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절차의 정당성’은 징계위원회 절차에 따라 소명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징계해고는 가장 무거운 처분이므로 분쟁은 주로 ‘징계재량권 남용이 아닐 것’이란 요건을 둘러싸고 발생한다.

징계재량권 남용 여부는 가벼운 징계사유에 대해 무거운 징계처분을 할 수 없다는 ‘비례성의 원칙’과 같은 사유에 대해 차별적인 처분을 할 수 없다는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판례(2002두9179)에서는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해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런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례1>

근로자 A는 업무 스트레스로 담배가 피우고 싶어 회사 건물 뒤쪽 한갓진 곳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빨면서 고개를 들어보니 그 건물 벽면에는 ‘금연’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담배가 워낙 피우고 싶었던지라 표지판을 무시하고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확실하게 처리하려고 쓰레기통을 찾아가려던 순간 순찰 중인 경비계장과 마주쳤다. 경비계장은 소속 확인을 요구했고, 상부에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후 A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는데, “담배 한 개비 피운 게 무슨 큰 잘못이냐,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징계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1)징계사유가 아니라는 A의 주장은 타당한가. (2)석 달 전에 근로자 B가 똑같은 잘못을 했음에도 상무의 조카라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회사가 A를 징계하는 것은 정당한가.

우선 회사 사규에 ‘금연구역 흡연’이 징계사유로 규정돼 있다면 당연히 징계사유가 된다. 사규에 명확한 규정이 없더라도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금연 표지판은 회사의 안전을 위한 ‘노무지휘권’ 또는 ‘시설관리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적 징계사유인 ‘정당한 노무지휘권 또는 시설관리권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것이 사규 위반임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판례(91다20418)도 있다. A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항의하는 것을 보고 ‘신뢰관계가 손상되어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징계위원회가 판단한다면 ‘담배 한 개비 피우고 해고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잘못을 한 B에 대해 상무의 조카라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면 A에 대한 징계는 ‘징계재량권 남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甄?

<사례2>

근로자 A는 조합원이고 B와 C는 조합원이 아니다. 어느날 A, B, C가 함께 숙직을 하게 됐다. 밤늦게 고스톱판이 벌어졌고 간식과 음주도 곁들였다가 관리자에게 발각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모두가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는데 B와 C에 대해서는 견책, A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이 내려졌다. (1)조합원 A에 대한 중징계는 정당한가. (2)A에 대한 중징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가.

얼핏 보면 A에 대한 중징계는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A가 숙직 때마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면 징계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떤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재량권 남용이라고 하려면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대법 2011다41420)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판례에서는 ‘근로자를 징계하면서 (당해 징계의 사유가 아닌 다른) 비위행위가 있었던 점을 징계양정의 판단자료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징계를 하는 경우 대부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하는 불이익 취급으로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함에 있어서 적법한 징계(해고)사유가 있어 징계(해고)한 이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판례(2011다78804)를 보면, 이 경우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사용자는 징계를 하는 경우 반드시 ‘정당성 3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징계를 당하는 근로자는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물고 늘어져서 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무효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징계해고는 무거운 처벌이어서 노사 간에 치열하게 다툴 가능성이 높다. 법리를 명백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분쟁 해결과 예방의 지름길이다.

김광욱 < 한국실무노동법연구소장·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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