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공의 '충격요법'…인사부정 뿌리 뽑는다

입력 2016-01-21 17:56
채용전형 아웃소싱, 전임자가 후임임원 평가, 성과 따라 발탁 승진…

만성적인 인사비리 막으려 내부 반발 속 시스템 개선
개인이 개입할 여지 최소화…직원들, TF 꾸려 혁신 '응답'


[ 김용준 / 이현동 기자 ] ‘외풍(外風)에 취약하다.’ ‘직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2005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삼성경제연구소에 새 인사제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3억원이나 들였다. 보고서는 불투명한 채용과 승진, 남탓 문화, 전문성을 쌓기 힘든 순환근무제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인사혁신을 위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 공공기관 특유의 신중함 때문에 바뀐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일단 지르는 과감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실험’에 나섰다. 지난 37년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관행이던 인사 적폐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 목표다.

◆“제도와 시스템을 심자”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전임 이사장 시절 인사 비리로 도마에 올랐다. 2013년 특정 지원자를 뽑기 위해 서류 점수를 수차례 조작했다. 그래도 통과가 안 되자 서류 합격자 수를 늘렸다. 임 이사장은 “연간 4조원 정도를 굴리는 큰 기관이 인사는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중진공 최초의 교수(서강대 경영학과) 출신 이사장이다. 그는 “경영학자인 나는 사람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청탁을 피할 수 없다면 이사장을 포함한 개인이 개입할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

작년 7월 신입직원 채용이 실험의 출발이었다. 서류와 필기전형을 외부 업체에 맡겼다. 내부 반발이 컸다. 예산에 없던 1억원을 썼다. 그는 “우리 권한을 내려놔야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밀어붙였다. 면접을 거쳐 지원자 5000여명 중 50명을 뽑았다. 임 이사장은 “내게도 잘 봐달라는 전화가 수십통 왔지만 전부 서류 문턱을 못 넘고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사장 혼자 정하던 임원 선임에도 면접제를 도입했다. 10년 이상 함께 일한 기존 임원이 후보자를 평가하게 한 것.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결과가 안 좋은 후보는 과감히 배제했다. 면접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임원에 앉혔다.

최고참 임원이 맡던 부이사장에는 갓 임원을 단 ‘신참’을 앉혔다. 말년 휴식처로 여겨지던 부이사장 자리를 일하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노사관계 개선, 외부기관 협업 등의 과제를 맡겼다.

◆일하는 조직 만들기

임 이사장은 순환근무제에도 손을 댔다. 그는 “일본 도쿄대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직원이 자금 업무를 맡아 고졸 직원이 20분에 할 서류작업을 하는 데 2시간 이상 쓰곤 했다”며 “주특기와 부특기를 정해 이 안에서만 이동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명 이상의 지역기업 전문가도 육성할 계획이다. ‘한우물을 판’ 직원을 통해 지역 회사들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서다.

변화는 직원들이 이끌고 있다. 팀장급 직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이 전략을 짰다. 임 이사장은 “혁신의 화두는 내가 끌어냈지만 직원들에게 실천방안을 내게 했다”고 말했다.

‘발탁 승진’에도 나설 방침이다.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전임자보다 얼마나 잘했는지 적은 공적서를 내게 했다. ‘필통(必通)’이란 익명게시판도 만들었다.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승진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지역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 임원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주로 승진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 이사장은 “모든 공적서를 읽어보겠다”며 “성과를 냈다면 임원이 탈락시켰어도 승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21일 취임 1주년 간담회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혁신 성과를 도출하고, 밖으로는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김용준/이현동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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