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위험 분산위해 샀던 코스피200선물
손실 근접하자 '매도'…지수 하락 부추겨
당국 "만기까진 2년 여유" 불안감 잠재우기
[ 송형석/이유정 기자 ]
홍콩달러 가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가 연일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위험 분산을 위해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팔아치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매물이 늘면 현물시장에도 프로그램 형태의 매물이 쌓인다. 말 그대로 꼬리(ELS)가 몸통(지수)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물시장에 투기적 거래 기승
코스피지수는 21일 전날보다 0.27% 떨어진 1840.53에 장을 마쳤다. 오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상하이종합지수가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 전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1860선까지 올랐다. 복병은 홍콩H지수였다. 홍콩 증시가 오후장(한국시간 오후 2시) 들어 하락 반전하면서 코스피지수가 꺾이기 시작했다. 홍콩H지수는 전날보다 2.24% 내린 7835.64에 마감했다. 홍콩H지수와 코스피200을 동시에 담은 ELS들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 막판에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는 설명이다.
ELS는 선물로 위험을 분산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ELS를 설계한 외국 금융회사들은 홍콩H지수가 내려갈수록 홍콩H지수 연계 선물을 많이 사들인다. 지수가 많이 빠졌을 때 선물을 샀다가 회복됐을 때 팔겠다는 계산에서다. 지수가 하락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되돌려주려면 이 같은 선물 거래가 꼭 필요하다.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계약 시점에 비해 지수가 얼마나 내렸는지를 따져 하락폭만큼 원금을 제하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더 이상 선물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현재 홍콩H지수 선물시장은 매수 우위다.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한 ELS 물량은 1조원어치 안팎에 불과한 반면, 손실구간이 가까워진 물량은 수십조원어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국 금융회사들이 홍콩H지수 선물을 매수할 ‘실탄’을 ELS의 또 다른 기초자산인 코스피200과 연계한 선물을 팔아 마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6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6399억원어치의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물량 중 일부가 ELS 연계 매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전전긍긍
이날 홍콩H지수의 급락으로 손실구간에 진입한 ELS 물량은 7362억원어치(손실구간을 설정한 공모형 ELS 기준) 더 늘어났다. 원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ELS 판매액을 다 합하면 1조5453억원어치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모상품 등을 감안하면 2조원어치 이상이 손실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ELS 투자 손실 우려가 커지자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홍콩H지수를 기초로 발행한 ELS 중 97%가 만기까지 2년 이상이 남은 만큼, 여유를 갖고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책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송형석/이유정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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