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신산업 가로막는 낡은 규제 풀어달라"

입력 2016-01-20 18:22
이런 규제 없애라

혈액의약품 22가지로 제한
희귀병 치료약 개발 막아

글로벌 선점 경쟁서 낙오 우려


[ 서욱진 기자 ] 한국에서는 3차원(3D)프린터로 인공 장기와 피부 등을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 인증 기준이 없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기술인 줄기세포 연구도 미국 일본 등은 자율 심의로 허용하지만 우리는 엄격한 사전 승인이 의무화돼 있다. 2009년 이후 승인 사례가 전무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신사업의 장벽, 규제 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낡은 규제 프레임이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을 막고 있다”며 “글로벌 선점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세 갈래로 얽힌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가 꼽은 ‘규제 트라이앵글’은 △정부 승인 등 사전 규제 △정해진 사업만 할 수 있도록 하는 포지티브 규제 △안전성 인증 등 각종 기준 미비 등 세 가지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기술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밝혔다. 사물인터넷(IoT) 사업만 하더라도 통신 사업 서비스와 기기 제조에 엄격한 ?렝見?쳐놔 전문 노하우가 풍부한 기간통신 사업자가 IoT용 무선센서 등 통신장비를 개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방재 업체는 스마트센서가 부착된 비상안내 지시등, 연기감지 피난유도설비 등 지능형 설비를 개발해도 인증 기준이 없어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운전 제어는 사람만 할 수 있도록 정해져 인공지능(AI)으로 엘리베이터를 원격 제어하는 무인 환자 이송과 물품 이동도 불가능하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공기 해수 등의 온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망 사업인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도 소방법상 건물의 비상전원공급장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질병 치료용 식품인 ‘메디컬푸드’ 개발이 당뇨환자용 특수식 등 8종을 제외하고는 제한된다. 혈액을 활용한 희귀병 치료약 개발도 막혀 있다. 혈액관리법상 혈액 이용 의약품은 22가지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기능성 화장품도 주름 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 등 3종만 인정돼 피부회복, 노화예방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기가 어렵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 교수는 “국회에 계류 중인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는 네거티브 규제원칙, 규제비용총량제 등이 담겨 있지만 장기간 입법이 지연돼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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