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부르는 유통구조] 한숨 쉬는 골목식당

입력 2016-01-20 18:14
매출 절반이 식재료비

이익률 10년새 10%P↓


[ 강진규 기자 ] “한 달에 매출이 2000만원쯤 돼도 절반 정도는 재료비입니다. 아내와 아들 둘이 다 달라붙어서 일하는 걸 생각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봐야죠.”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매출장부를 보며 수익구조에 대해 얘기하다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중소 식재료 유통회사로부터 주 2~3회 필요한 재료들을 배송받는다는 김씨는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도 식재료 유통상들의 가격은 요지부동”이라며 “업체를 바꾸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음식점의 비용과 이익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식당들의 매출 중 식재료 비용은 3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3000개 식당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원의 김삼희 연구위원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매출 4800만원 이하 간이사업자 중에선 매출의 45%를 재료비로 쓰는 곳도 있다”며 “과도한 식재료 비용으로 외식업체들의 이익률은 10년 전 20%대에서 2014년 기준 9.9%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식재료 비용이 높은 것은 유통과정이 복잡한 탓이라고 연구원 측은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식재료 유통시장은 농산물 도매 이후 2차 도매상, 소매상, 배송업체 등을 거치면서 비용이 크게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식산업연구원과 국내 최대 외식업자 연합체인 외식업중앙회 등을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수청 외식산업연구원장은 “영세한 음식점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모여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며 “대형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면 재료비의 20%가량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CJ프레시웨이와 대상베스트코는 일반 음식점주를 대상으로 식재료 공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력 추적이 가능한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삼립GFS와 동원홈푸드 등 후발 주자들도 식재료 유통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