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변호사에 툭하면 막말·윽박…악습 못 벗어난 검사들

입력 2016-01-19 18:21
대한변협, 검사 첫 평가

"자백하면 형량 낮춰주겠다"
法이 금지한 플리바게닝 시도
책상 치고 연필 던지며 짜증도

변수량·차상우·채필규 등 10명
수사·공판 '우수검사'로 선정
검찰 "얼마나 신빙성 있겠나"


[ 양병훈/고윤상 기자 ] A씨는 사기 사건 고소인으로 검찰에 출석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담당 검사는 A씨에게 “사기당한 놈이 미친놈 아니냐”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등의 막말을 했다. 변호사 B씨는 사기 혐의로 고소된 의뢰인이 조사받을 때 동석해 의견을 냈다가 담당 검사에게 “대신 처벌받을 거 아니면 조용히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B씨가 검사 얘기를 법리로 반박하자 검사는 연필을 집어던지며 짜증을 냈다.


◆막말·강압수사 관행 여전

일부 검사들의 막말과 강압수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지역 회원 변호사를 대상으로 지난 3개월간 검사 평가를 실시해 438명으로부터 1079건의 제보를 받은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대한변협은 조사 대상 변호사에게 이메일 또는 우편을 보낸 뒤 이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변호사 단체가 검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변협은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검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되 사례는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한 검사는 고소인에게 ‘탈세’를 언급하며 고소를 취하하라고 요구하다가 고소인이 “지청장에게 알리겠다”고 항의하자 마지못해 사과했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검사 주장에 부인하는 취지로 대답하자 검사가 책상을 내려치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며 “당시 피의자는 심장 수술을 해 안정을 취해야 했으나 계속 이런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법으로 보장된 변호인·피고인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거나 위법한 조사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검사는 변호인이 옆에 앉아있는데도 피의자에게 “자백하면 구형량을 낮춰주겠다”며 법으로 금지돼 있는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

◆“검찰 인사 자료로 활용해야”

대한변협은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검사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수사 검사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변수량·차상우·최인상·장려미·김정환 검사가 우수 검사로 선정됐다. 공판 검사로는 서울중앙지검의 채필규·박하영·추창현·김영오 검사, 서울서부지검의 오선희 검사가 뽑혔다. 우수사례를 보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어줬다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 기간 중의 피의자였고 죄도 무거웠으나 피의자가 나이가 어려 인간적인 계도가 우선이라는 조언을 해주며 배려했다”며 “자백을 강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변호사 앞에서 죄를 부인했던 피의자가 검사의 따스한 말 한마디로 자백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검사 평가 결과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검사 실명이 거론된다. 검찰이 내부 인사평가에서 이를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향후 검찰 최고위직 인사가 있을 때 해당 인물에 대한 대한변협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도 활용한다.

조사 결과가 실제로 검찰 인사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지는 불확실하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와 대립하는 변호인이 검사를 평가한 게 신빙성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양병훈/고윤상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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