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내 마르는 섬유 개발…나이키·아디다스서 '러브콜'
마스크팩으로 군시장 진출…자외선 차단·보습력 높여
[ 이지수 기자 ] 섬유 전문기업 벤텍스의 고경찬 대표는 1984년 부산 부전시장에서 신사용 양말을 팔았다. 제대 직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였다. 세 켤레 1000원짜리 흰색 신사용 양말을 팔아 하루에 많게는 10만원을 벌었다. 당시 그가 다녔던 성균관대 섬유공학과 한 학기 등록금은 40만~50만원이었다.
장사에 재미를 붙이면서 사업가를 꿈꿨다.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잘 팔리던 제품도 비슷한 제품이 나오면 금세 사라지는 걸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1999년 창업 후 연구개발(R&D)을 통해 지금까지 100여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의류업체가 벤텍스의 주요 고객사다. 지난해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군수용품 시장 진출
고 대표는 1986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0여년간 소재 R&D 업무를 했다. 벤텍스를 설립한 뒤에도 R&D를 최우선으로 했다. 1초 만에 마르는 섬유 ‘드라이존’과 태양광 발열 소재 ‘히터렉스’ 樗?개발했다.
고 대표는 “위장용 마스크팩 제품으로 군수용품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방부와 납품 계획을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이름은 ‘아미페이스’로 정했다. 현재는 병사들이 여러 색의 위장용 크림을 일일이 얼굴에 발라야 하는데 아미페이스는 1초 만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고 대표의 설명이다. 자외선차단지수(UPF)는 마스크 등 기존 제품보다 2~3배 높다. 얼굴 피부 체온도 빠르게 낮추고 보습 기능이 있다.
벤텍스는 아미페이스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군수용품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능성 소재가 가장 필요한 분야가 국방이라는 게 고 대표의 판단이다.
◆아토피 전용 의류 등 개발
고 대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코스메틱(화장품) 의류’를 꼽았다. 기능성 소재로 피부와 건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건조증과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속옷, 아토피 전용 의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노인을 위한 ‘실버의류’도 개발 중이다.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에어백처럼 부풀어 오르는 소재 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12월 패션그룹형지와 코스메틱 의류 공동개발을 위한 제휴도 맺었다. 고 대표는 “지방분해와 심리안정 등 의학적 효과가 있는 의류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외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고 상시적으로 발열하는 신소재도 내놓을 예정이다. 적외선 발열 소재 ‘히터렉스’의 개량 제품이다. 기존 히터렉스는 태양광 등 외부 광원에 의해서만 온도가 올라갔다.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소재는 인체의 원적외선만으로 발열한다. 햇빛이 없는 날이나 실내에서도 기능하는 제품이다.
고 대표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 증폭 기술을 적용해 항시 발열 제품을 개발했다”며 “일본 유니클로 등에 납품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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